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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물의 관광자원화
입력2003-07-18 00:00:00
수정
2003.07.18 00:00:00
도미(都彌)는 백제 제4대 임금 개루왕(蓋婁王 재위 128~ 166년) 때의 사람이다. 그가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까닭은 오로지 훌륭한 아내를 둔 덕분이었다. 도미의 아내는 그 성명이 무엇인지 전해지지 않지만 남편의 이름을 `삼국사기` 열전에 올려놓을 만큼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답고, 아름다운 자태에 못지않게 정절이 굳센 여인이었다. 비록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민간의 평범한 아낙네에 불과했지만 도미의 아내가 그 아름다운 존재를 2,000년이나 지난 오늘까지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개루왕의 온갖 유혹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낭군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정조를 목숨을 걸고 지켰기 때문이다.
그 동안 후세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도미의 아내가 요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각광 받고 있는데, 그것도 한두 군데가 아니라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경기 하남시와 구리시, 충남 보령시, 경남 진해시 등 여섯 군데가 한꺼번에 나서서 도미부인의 지역적 연고권을 주장하며 이른바 `도미부인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는 도미의 아내가 개루왕의 마수를 피해 대궐을 탈출하여 조각배를 탔던 나루터로 추정되는 광나루 부근 천호동공원에 도미부인동상을 건립키로 했고, 송파구는 송파나루가 도미와 그의 부인이 배를 타고 떠내려간 도미나루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하남시 또한 검단산 밑 창우동이 도미나루라고 하는가 하면, 구리시도 이에 질세라 도미나루는 자신들의 지역내에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보령시는 오천면 소성리가 도미부인의 출생지라고 주장하며 이곳에 도미부인 사당인 정절사를 세우고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정절사에는 진해에 있는 이른바 `도미묘`와 더불어 도미를 조상으로 모시는 성주 도씨(星州都氏)들이 많이 참배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역사인물모시기 운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고, 또 후세에 귀감이 될만한 역사적 명인을 기리고자 하는 발상법 자체는 갸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부쩍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역사인물의 연고권을 주장하고, 이를 근거로 사적지를 조성하여 지자체의 관광수입을 높이자는 것이다. 사실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자체로서 자기 고장이 낳은 역사적 인물을 널리 알리고 그 사적지를 관광자원화 하여 관광수입을 올리겠다는데 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는 일일이 늘어놓기 힘겨울 정도로 많다.
강원 강릉시와 전남 장성읍은 홍길동의 연고권을 주장하며 각자 캐릭터사업과 생가복원사업을 벌이며 팽팽히 겨루고 있다. 강릉은 소설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許筠)이 강릉 출신이라는 사실을, 장성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실존인물 홍길동이 장성 태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근래 불거진 효녀 심청의 연고권 주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전남 곡성군이 관음사연기설화에 나오는 장님 원량과 효녀 원홍장 부녀의 이야기가 `심청전`의 원형이라면서 해마다 섬진강변에서 심청축제를 여는가 하면, 심청이마을 조성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 옹진군은 이미 오래 전에 백령도에 심청각을 만들어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그 근거는 백령도 서남쪽 앞바다가 바로 심청이 남경상인에게 팔려가다 투신한 인당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심청의 연고권을 주장하는 고장이 곡성과 옹진 두 곳만은 아니다. 충남 예산군도 대흥면이 곧 심청이 살던 고향이라면서 강하게 연고권을 주장하고 나서는가 하면, 전북 부안군에도 심청이 마을이 있다.
불과 17세의 어린 나이로 순절한 의기 논개도 세 고장에서 각자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논개가 순절한 장소가 진주성 밑 남강의 의암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왕조시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논개의 사당을 세워 그녀의 충절을 기리고 있는가 하면, 전북 장수군은 논개가 장수군 계내면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또 경남 함양군은 논개의 묘가 그곳에 있다는 점을 각각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거듭 말하지만 나라와 고장의 역사를 빛낸 인물을 기리고, 그 사적을 관광자원화 하여 지방재정자립도를 높이려는 생각은 매우 훌륭한 것이다. 다만, 도미나루의 경우처럼 분명한 역사적 기록도, 근거도 없이 막연한 전설만 가지고 억지춘향식으로 서로 자기네 마을 앞 강변이 도미나루라면서 수많은 예산을 들여 관광자원화 하려는 무리한 시도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
<황원갑 (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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