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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은 우주의 존재법칙에 대한 '해킹'이며, 붓다는 인류 최초의 '해커'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렇다면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를 생각해 보다. 영화 속 사람들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프로그래밍한 가상현실 안에서 일생을 살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갈망했다. 이런 사람들을 '허망한 꿈'에서 깨우고 '진정한 현실'로 인도할 구세주는 가상현실을 깨뜨릴 해커일 수밖에 없었고, 그 해커가 바로 주인공 네오였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정보과학'에서 방법론을 빌어 불교 초기 경전에 담긴 붓다의 본래 가르침을 찾아냈다. 저자는 '불교는 과학이다'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불교에는 신(神)이 없다. 그래서 창조주도 없고 심판도 없다. 발생이 있고 소멸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자연의 법칙이 탐구 대상이었다. 불교가 과학적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다. 불교는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과학'이다."
붓다는 자신의 수많은 전생을 비롯해 번뇌가 생겨나고 소멸하는 것을 보고 우주의 존재법칙과 해탈을 발견했다. 즉 '해탈'은 우주의 생명체 재생프로그램을 셧다운 시키는 '해킹'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붓다 식의 해킹은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려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탈을 추구하는 해킹은 "마음이,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의 힘으로 마음의 회로를 정지시켜 우주 존재법칙이 작동하지 못하게 차단해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고, 따라서 성공한 해커 역시 역사적으로 많지 않았다.
이에 저자는 "정보와 정보처리의 개념으로 바라보면 윤회를 설명하는 12연기의 의식 또는 존재, 그리고 업(業·karma)이 곧 정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무상-괴로움-무아'와 공(空)으로 이어지는 가르침도 명쾌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의 틀을 적용해 다소 혼란스러운 불교 개념과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자 애썼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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