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기준금리 1%대 시대'를 맞았음에도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여전하다.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기예금보다는 높아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표시채권이나 인도 국채, 유로화표시채권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 투자자의 경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오는 5월 이후에는 이익 실현을 통한 듀레이션 중립을 권하고 있다. 분기점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1.70%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이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은 "올해 4~5월까지는 국고채에 대한 투자를 계속 하더라도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채권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권형 펀드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 다음날인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채권형 펀드에는 2,578억원이, 채권혼합형 펀드에는 2,874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3월 한 달 신규 설정된 펀드 규모도 채권형펀드가 2,141억원으로 417억원의 주식형펀드보다 훨씬 크다. 여전히 안정적 투자성향을 쫓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투자자들이 저금리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은행 예금에서 이탈은 했지만 원금 손실까지 가능한 위험성 있는 투자는 피하려는 심리로 해석될 수 있다. 채권형펀드의 투자 대상은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주식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하락으로 채권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1년 기준 정기예금 이자율이 최대 2.15% 선인데 비해 채권형펀드의 평균적 1년 수익률은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채권형펀드 5.21%, 해외채권형펀드 3.35%다.
투자 범위를 해외채권 쪽으로 넓힐 것을 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 회사채 및 국공채 등 위안화표시채권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 채권금리는 2%대를 형성하고 있어 1% 중후반대인 우리나라 채권금리와 비교했을 때 메리트가 여전하다.
또 중국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기조가 확실해지면서, 기업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한 몫 한다. 권문규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장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다소 제한이 있긴 하지만 고수익을 노리는 고객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유로화 표시 채권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신 실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결정 후 유럽증시가 전체적으로 상승세이고 경제사정도 턴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투자에 나서면 이미 때가 늦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통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센터장은 인도채권 역시 인도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데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정부 출범 후 경제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개인고객들에게도 투자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2~3년간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채권투자는 브라질 경제사정의 회복세가 확실히 드러나고,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이 해결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평가다. 급락세를 보이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반등해야 투자 매력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신용등급 B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 역시 유가 하락으로 인해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중위험·중수익을 노리는 상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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