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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참여정부] (기고) 권선택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라고 썼다. 새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한 때 알을 보호해주고 보금자리가 되었던 껍질, 기존의 것은 깨지고 해체되어야 한다. 알이 깨지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알은 그 속에서 썩고 부패할 것이다. 새의 탄생과 알의 깨짐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사회적 가치가 다원화 되고,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허물어지고, 특정계층ㆍ특정집단에 집중되어 온 권력을 다수의 사람들이 향상된 정보능력을 바탕으로 나누어 가지는 `네트워크 사회`에 있어 태어나야 할 새는 무엇이며 깨져야 할 알 껍질은 무엇일까.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국정개혁 100대 과제의 하나로 선정하여 추진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협의체의 제도화, 주민감사청구제 도입, 지방교부세율의 인상 등 지방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방의 자율성 확대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며 중앙위주의 개별적 접근으로 실질적 효과도 미흡하였다. 그 결과 지방에서 볼 때에는 여전히 권한과 재원이 중앙에 집중되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안 된다는 불만이 많은 한편 중앙은 지방의 자치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3년 여 동안의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등 자치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들은 분명 우리가 이전까지 시도해 보지 못했던 분권형 국정운영시스템을 향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최근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 차원의 `지방분권 국민운동`이 전국적 규모로 진행되고, 지방자치단체장 협의회를 중심으로 구체적 지방분권 실천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새 정부에서도 `지방분권`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제 지방분권을 추진하기 위한 객관적ㆍ주관적 여건들이 충분히 성숙되었으므로 집권적 국가운영시스템을 분권형으로 개편하고 지방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정부를 구현하여야 한다. 지금까지의 지엽적 사무위주 이양에서 탈피해 특별지방 행정기관의 지방이관 등 중앙부처의 핵심기능에 대한 지방이양이 중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등 지방의 자율적 행정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지방의 자율적 통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주민소환제 등의 도입 방안들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방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 및 경찰분야와 지방자치와의 관계도 심도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중앙정부는 지방에 대해 일일이 간섭ㆍ통제하는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와 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이 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지방에서도 중앙에만 의존하고 부담은 하지 않으면서 서비스만 요구하는 등의 행태를 버리고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는 자기혁신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이룰 수는 없다. 집단간 이해관계의 대립 잘못된 편견, 변화에 대한 거부감 등 지방분권을 향한 길에는 갖가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야 하듯이 그 동안 중앙과 지방을 가로막았던 중앙집권적 사고와 시스템은 깨어져야 한다. `창조적 파괴`의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중앙과 지방이 더 이상 지도하고 감독 받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팀의 일원으로 지방분권이라는 동일한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동반자로 상호 대등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때만이 지방분권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학인 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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