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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않는 의사 분노하는 환자
입력2000-06-23 00:00:00
수정
2000.06.23 00:00:00
최석영 기자
양보않는 의사 분노하는 환자[집단폐업나흘째] 의대교수 응급실 철수, 의협 강경투쟁 지속
『제발 폐업 좀 끝내주세요. 우리 아버지가 죽어요. 의약분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을 다루는 의사선생님들이 이럴 수는 없잖아요.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제 언니는 학교를 그만둬야하고 동생은 어떻게 해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아버지를 구급차에 실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다 종합병원에 도착한 김보미(14)양은 23일 오후1시 응급실 앞에서 간호원을 붙들고 이같이 울먹였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정오를 기해 일괄사퇴와 함께 응급실에서 철수하는 등 의료공백상태가 최악의 상황에 이른 23일. 전국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이 의료진들에 대해 극도의 히스테리 반응을 보이는 등 의(醫)-정(政)대결이 의(醫)-민(民)대결로 악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의사들의 요구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는데도 전공의협의회와 의권쟁취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집단이 「정부안은 전혀 달라진게 없다」며 강경일변도의 투쟁을 벌일 방침임을 밝히자 환자와 시민단체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만둬서는 안된다』며 의사들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삼성서울병원에 위암으로 입원한 김모(64·경기 광주시)씨는 『아파서 오는 사람들을 안 받겠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냐』며 『정부도 사태해결에 빨리나서라』고 정부와 의사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모(35·여·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인술을 펼쳐야 할 의사들이 사퇴서를 제출하고 응급실에서 철수하는 것은 군인들이 총을 버리고 파업을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며 『더 이상 환자들을 볼모로 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수들의 「응급실 철수」 사실이 알려지자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 등은 이날 오전부터 응급환자들이 대거 몰려 마치 「전시(戰時) 야전병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응급환자뿐 아니라 경미한 환자들까지 대거 몰려들어 병원 응급실은 북새통을 이뤘고 환자 수는 계속 늘어나 전문의들이 연일 많은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쳐 시간이 갈수록 한계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서울지역 각 보건소에는 아침부터 「의료폐업」 이후 가장 많은 환자들이 몰려 들었고 의료진들은 격무에 지쳐 진료는 커녕 자신들이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극도의 피로감에 쌓여 있다.
양천구 보건소 신경숙(40·의사)씨는『며칠간의 비상근무로 보건소 직원들도 몸살이 나는 등 보건소 진료체제도 이제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며 『대형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 보건소에서 처리 못하는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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