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놓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에 진입했다"는 발언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한은 총재로서 이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전년 대비) 2% 초반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고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2% 후반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디플레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총재는 먼저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있다"면서 "첫째는 물가 하락세가 많은 품목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이다. 둘째 기준은 경제 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낮아져 물가를 떨어뜨리고, 물가 하락이 다시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인데 지금 상황은 디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1%대 물가가 2년여 지속하고 있지만 농산물과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면서 "수요 측면에서의 기조적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2%대 초반"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디플레이션 논란은 "경계심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그는 "한 번 디플레이션에 빠져들면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경계는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볼 때 디플레이션은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진이 장기화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지 않느냐는 경계심 차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