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충길 전통예산옹기 대표는 지난 98년 대한민국 도자기 공예부문에서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옹기명장이 되던 날 목놓아 울었다. 할아버지 밑에서 고생하며 평생을 옹기장이로 지낸 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아버지는 지난 58년 재래식 가마에 불을 때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 때 황 대표는 아버지를 붙잡고 울면서 다시는 옹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긋지긋한 가난. 하루도 편할 날 없는 팔과 다리, 그리고 주변의 천대가 싫었기 때문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황 대표는 아직도 흙을 만지고 있고 막내 아들인 진영 과장까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전통예산옹기는 4대에 걸쳐 150년 동안 전통옹기를 만들어온 장수기업이다. 지난 96년에는 냉장고용 김칫독 옹기를 만들어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전국 유명 백화점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황 대표는 “젊을 때 워낙 고생을 많이 해 자식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막내아들이 뒤를 잇게 됐다”며 “아들 내외와 함께 옹기의 대중화와 더불어 도자기처럼 소장가치를 갖는 명품 옹기를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는 30일 대를 이은 한우물 경영으로 금자탑을 이룬 18개 기업을 ‘아름다운 바통터치, 성공하는 장수기업’으로 선정ㆍ발표했다. 이번에 선보인 전통예산옹기는 1855년 설립된 이후 3대째 가업이 승계됐으며 4대째 가업승계를 준비중이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통해 ‘100년 기업’을 넘나드는 장수기업에는 전통예산옹기를 비롯해 ▦고령기와(55년간 기와 생산이라는 외길을 걷고 있으며 현재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명실공히 국내 1위 점토기와 생산업체) ▦성남기업(나무로 만든 문, 창문, 창문틀 등 목재창호 제조의 외길을 73년째 걷고 있는 기업) ▦말표산업(지난 67년 생산된 국내 최초 구두약인 말표구두약으로 유명한 기업) ▦진미식품(80년대까지 ‘진미’가 붙은 제품은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장류제조기업) 등 모두 18개사가 선정됐다. 이들 장수기업들은 창업 이후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생존은 물론 사세 확장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반기업정서가 널리 퍼져 있는데다 기업승계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장수기업들의 탄생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그만의 생존전략에 대해 “나는 절대 친분이 있는 사람과는 거래를 안 해. 가격도 정당하게 매길 수 없고 수금도 힘들거든. 그리고 고정고객에 만족하질 않았어. 끊임없이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해야 나중에 안정적으로 매출을 이끌 수 있거든”이라며 마케팅 비결을 가르쳐준다. 중기청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에게 기업 경영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장수기업을 선정하게 됐다”며 “가업승계가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높은 경영성과 달성 등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의 계승이라는 올바른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