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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포털도 '지상파 천국'

6만개 넘는 프로그램 콘텐츠 확보했다지만…<br>원하는 시간대 골라 보는 재미 불구<br>시청자들 "볼만한 프로는 지상파 뿐"… IPTV도 '재방송 채널'이 장악 우려





‘TV포털도 지상파 천국?’ 최근 TV포털서비스 ‘하나TV’를 신청한 최 모(31)씨.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골라 보는 재미에 푹 빠진 최씨지만 그가 보는 프로그램은 흘러간 지상파 프로그램 뿐이다. 최씨는 “콘텐츠 수는 많은데 정작 손이 가는 프로그램은 지상파 밖에 없다”며 “지상파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 말고 별다른 TV포털 서비스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6만개가 넘는 프로그램 콘텐츠를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TV포털 서비스. 그러나 정작 TV포털을 이용하는 시청자들은 여전히 지상파 프로그램만 찾고 있다. 출범 12년째인 케이블TV가 여전히 ‘지상파 재탕’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술은 진보해도 그에 담겨진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볼 만한 프로그램은 지상파 뿐”=29일 하나로텔레콤 등에 따르면 올해 시청자들이 하나TV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프로그램은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올 들어서 지난 1월부터 무려 7개월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 아래 순위는 매월 방영 프로그램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8~9개 프로그램이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7월엔 ‘쩐의 전쟁’(SBS)과 ‘경성 스캔들’(KBS)이, 6월엔 ‘내 남자의 여자’(SBS)와 ‘행복한 여자’(KBS) 정도가 10위권 내에 있다는 게 1, 2월과 다르다면 다르다. 하나TV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콘텐츠 가운데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프로그램은 모두 유아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밖에 없다. 그나마 올 들어 10위권 안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뽀로로’ 시리즈 역시 EBS에서 현재 매주 주말 오전에 방영해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이다. 사실상 상위 10위권 내 프로그램이 모두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채워진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의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수십 년간 지상파만 보던 시청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면서도 “영화 등 인기 프로그램이 주로 유료이고 시간이 길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료에 러닝 타임이 짧은 지상파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지상파 재탕이 장악=사실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탕 문제는 비단 TV포털만의 문제는 아니다. 출범 12년을 맞은 케이블TV 역시 최근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복수채널사업자(MPP)를 중심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 활성화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재방송 채널들이 케이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6월 케이블 점유율은 2위에 오른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를 제외하곤 MBC드라마넷과 SBS드라마플러스, KBS N드라마가 각각 1, 3, 4위를 차지했다. 이들 지상파 계열 채널들은 1, 2개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모두 본사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에 주력하는 채널들이다. 코미디TV나 E채널, 드라맥스 등 지상파 계열 채널은 아니지만 오래된 지상파 프로그램 재방송을 위주로 편성하는 케이블 채널들도 꾸준히 높은 시청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무한도전’이 하루에도 3, 4개 채널에서 초창기 ‘무한도전’과 1년 전 ‘무한도전’, 지난주 ‘무한도전’이 동시에 방영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겨난다. 앞으로 도입될 인터넷 프로토콜TV(IPTV)에서 역시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백 개의 채널과 수십만편의 주문형비디오(VOD)를 갖춘다 해도 국내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능가할 획기적인 콘텐츠가 나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결국 또 하나의 ‘지상파의 무덤’으로 전락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박은미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케이블, TV포털, DMB 등 수많은 매체가 탄생했지만 이용 행태가 달라질 뿐 결국 같은 콘텐츠를 반복해 우려먹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며 “기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콘텐츠의 발전이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미디어의 진보가 시청자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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