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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과지기 백전불태] 1부 <5> 과학·수학은 창조경제 주춧돌

"사교육 잡겠다" 교육 축소에 "시대 역행" 우려

교육부, 교과 내용 20% 감축 추진… 공교육 하향평준화시 이공계 '흔들'

日 유토리 교육 실패 전철 밟을 수도

학습량 줄여도 사교육엔 영향 적어 "왜 배워야 하는가" 동기부여 더 중요


이제 세상은 과학을 전공한 리더가 국내·외 산업계를 휘젓고, 이공계를 나온 인재가 아니면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은 상황에 다다랐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영어 조기교육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일찌감치 과학과 그 기초가 되는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무기로 삼는 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열쇠가 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사교육을 조장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과학·수학 교육의 수준을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시대적 흐름과 역행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과학, 수학 성취도는 전체 65개 국가 가운데 각각 5위, 3위를 기록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입시경쟁으로 치열한 환경인 만큼 점수 자체는 매우 높았던 셈이다. 그러나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하는가"라는 설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변은 고작 30.7%에 불과했다. 이는 인도네시아(78.3%), 태국(70.6%), 덴마크(56.9%) 등은 물론 국제 평균인 39.0%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었다. "수학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답한 답변도 한국은 21.8%에 그쳐 미국(45.4%), 일본(33.7%)는 물론 국제 평균(36.9%)보다 낮았다.

미국의 브루킹스 사회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어떻게 하면 미국 학생들이 잘 배울까'라는 보고서에서 이 결과를 놓고 "한국 교육은 즐거움이나 공부하는 목적보다 학업 압박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성취도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결과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과학 교육의 상황이 이런 데도 한국 정부의 교육 정책은 엉뚱한 데서 답을 찾고 있다고 걱정한다. 교육부는 최근 문·이과 통합 교과 내용을 초안의 80% 수준으로 모두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량을 기존보다 20%씩 줄이면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에서다. 이미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교과 축소를 겪은 과학계에서는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백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수학교육위원회 위원장은 "학습량을 감축했던 일본은 '유토리 교육이 일본을 망쳤다'는 반성 하에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실패한 일본의 제도를 뒤쫓고 있다"라며 "지금도 공과대학 학생들의 수학·물리학 실력 부족이 지적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과학계 전문가들은 학습량만 무턱대고 줄이는 게 과학·수학에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학생들이 왜 과학과 수학을 배워야 하는지, 그것을 배워서 사회에서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부터 제대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과정 개편안 각론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명환 서울대 수학과 교수는 "대학 입시제도가 존재하는 한 과학·수학 교육을 줄인다고 해서 사교육이 사라질 수는 없다"며 "오히려 과학과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막으려면 제대로 된 양을 가르치되 행렬·미적분·삼각함수 등 다양한 개념이 이 세상에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현 한림원장은 "과학·수학 교육을 약화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과학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게 하려면 우선 정부가 공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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