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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 부추기는 미상의 보고서
입력1999-03-15 00:00:00
수정
1999.03.15 00:00:00
AMCHAM의 연례보고서는 매년 3월 미 행정부의 나라별 무역장벽(NTE)보고서 발간에 앞서 한국에서의 투자및 교역환경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평가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보고서가 NTE의 기초자료로서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그 해의 통상압력을 가늠케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게 한다.AMCHAM은 보고서에서 회계·자동차·정보기술·금융 등 모두 23개 분야에 걸쳐 점검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출범후 지난 1년간 한국의 투자환경 개선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부문별로 시정해야할 사항을 나열해 놓고 있다.
이 가운데는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규제완화 시책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 충고로서 받아들여도 괜찮을 내용들이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권고차원을 넘어서 「이래야 한다」「저래야 한다」는 등 일방적으로 요구사항을 적시, 마치 내정간섭으로 비쳐질 정도다. 겉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것같지만 속내는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비판을 받게 돼있다.
예를 들자면 노동·고용분야에서 퇴직금제도를 의무에서 자율로 변경할 것과 상여금을 퇴직 계산에서 폐지하라는 제도는 우리국회나 사법부에 대한 간섭이나 마찬가지다.
퇴직금제도는 법정사항이며 상여금을 퇴직금에 포함시킨 것은 대법원의 판례로 이미 오래전에 확정된 것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판결에 대해 그 방향까지 제시, 마치 우리 정부위에 군림하고 있는 듯한 자세다. 농업·식품분야도 마찬가지다.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부문은 국내 언론에 대한 비판이다. 수입차와 관련, 「근거없고 무책임한 언론보도에 대해 오보기사와 같은 크기로 공개적으로 정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국내언론이 수입차들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자본시장의 투명성 유지를 위해서 상장기업공시와 감독관련 발표를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숫제 명령이나 다름없다.
지금 미 정부는 한국의 무역관행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제소및 슈퍼 301조 발동 등 전방위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AMCHAM의 연례보고서는 여기에 불을 지를 건 뻔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은 못된다. 그러나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도 한국을 막무가내로 몰아붙여서는 득(得)이 될 것이 없다. 한국의 경제회생은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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