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공조에 따라 각국이 본격적으로 유동성을 투입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을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한 달러 기근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해외채권 발행과 관련한 한국의 신용도가 회복 추세이고 패닉 상태의 스와프시장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대외여건 호전으로 원ㆍ달러 환율도 1,200원 부근으로 급락하는 등 정상궤도로 복귀했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에 대한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은 구조여서 완전한 안정 국면이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달러 기근 해소 조짐=전세계적으로 꼭꼭 잠겨있던 달러가 국제공조를 계기로 마침내 돌기 시작했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달러 자금동향을 나타내는 지표인 3개월물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는 전날 밤 국제시장에서 4.75%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10일의 4.82%보다 0.07%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특히 실제 은행 간 거래에서는 4.5% 수준에서도 거래가 체결된 것으로 알려져 하락폭은 갈수록 커질 듯하다. 단기 외화자금 시장도 나아지고 있다. 홍콩ㆍ싱가포르 지역의 하루짜리 오버나이트 콜금리는 이날 2.25%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날 3%대에서 크게 내린 것으로 일주일여 만에 2%대에 진입했다.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은행들이 오버나이트 거래에 의존해왔는데 지난주 말부터 일주일ㆍ1개월짜리 등 기간물 차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 조달에 숨통이 트이면서 외화자금시장인 스와프시장의 혼란도 진정되고 있다. 이날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 간 차이)는 전일 –6원50전보다 1원50전 상승한 -5원으로 올라섰다. 3개월물도 10일 사상 최저치(-29원)에서 -15원으로 상승하며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스와프포인트의 마이너스 폭이 줄어드는 것은 달러 수요가 적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한국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하락세로 돌아섰고 외평채 가산금리도 사상 최고치인 10일의 348bp(1bp=0.01%)에서 줄어들 게 확실시되고 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부장은 “그동안 한국물 위험도가 과도하게 올랐는데 글로벌 공조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며 “정책공조가 가시화하면 한국물은 더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ㆍ달러 환율 정상궤도 올라섰다=원ㆍ달러 환율이 나흘간 급락하며 1,200원 근처로 내려옴에 따라 시장에서는 비이성적인 외환시장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30원 급락, 4거래일간 하락폭이 187원에 달했다. 1,208원은 환율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이달 1일(1,187원) 이후 최저치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패닉에 빠지면서 급등했던 부분이 대부분 빠진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작 환율급락보다 매수세와 매도세가 적절한 공방을 펼친 점에 주안점을 뒀다. 급등락에 대한 공포로 일방적인 쏠림 양상이었는데 이날은 시장이 일정 부분 정상 작동됐다는 것이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대외여건 호전으로 시장의 움직임이 안정됐다”며 “외국인 주식매도자금 환전 매수세와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어우러졌고 역외에서도 사자와 팔자가 교차됐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장 초반 1,180선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1,200~1,210선에서 안정적인 매매 공방이 펼쳐졌다”며 “오랜만에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분간 1,100선 아래로 급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 팀장은 “글로벌 안정대책이 더 나오면 추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달러 수요가 많아 1,100원 밑으로 급격한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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