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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 향방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빅3구도’ 계속 지켜지나
입력1997-07-16 00:00:00
수정
1997.07.16 00:00:00
박원배 기자
◎대우·현대 백기사 역할… 「기아인수」 힘들어질듯/「출자한도 초과」 변화땐 구조조정 촉진 가능성도7월15일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극명하게 드러낸 날이다.
자동차보급 1천만대를 돌파했고 미국·유럽의 자동차대표들이 방한해 통상압력을 강도높게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전문그룹인 기아가 부도방지협약대상기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보급한계의 현실, 강도높은 통상압력에 대한 예고, 그리고 불투명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 등을 극명하게 노출한 것.
이같은 「15일 상황」은 그동안 공급과잉으로 논란을 빚어온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문제를 다시 한번 불거지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자동차산업발전민간협의회와 기아자동차연구소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국내 자동차 생산규모는 96년말 현재 3백51만대. 올해는 3백95만대로 커지고 오는 2000년에는 5백46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76%선의 가동률을 유지한 국내 자동차산업은 올해 72.9%로 감소하고 2001년에는 54%선으로 낮아진다는게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전망이다.
이와관련, 재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문제지만 자동차산업의 구조는 어떤 형태로든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나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 등은 『2000년까지 국내에는 2∼3개 업체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통상산업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도방지협약대상으로 기아가 지정된데 대해 『금융권이 기아그룹을 부도방지협약 대상에 넣은 것은 자금난에 따른 것이며 자금난은 제2금융권의 자금 회수, 기아특수강 등 일부 계열사의 경영악화 때문이지 기아자동차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 가동률이 지난 92년 60.5%에서 94년 73.6%, 95년 75.1%, 96년 80.2%까지 높아졌다가 지난해 75.9%로 낮아졌으나 이는 96년에 티코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며 가동률 하락을 구조조정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 전망이 어떻든 분명한 것은 기아자동차의 향방이 새삼 재계의 관심사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기아의 향방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이 확실하다. 이 문제는 결국 기아를 둘러싼 「빅4」(삼성, 현대, LG, 대우)의 역할과 인식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태에서 기아를 인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자한도를 지키면서 기아를 인수할 수 있는 그룹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아에 대해 현대와 대우는 기존의 「백기사역할」을 계속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경우 국내자동차 산업은 계열사 다수매각 등으로 과거에 비해 기아의 위상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현대대우기아의 3각구도는 여전히 지키게 된다.
그렇다고 구조조정 없이 기존체제가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기아에 이런저런 형태로 관심을 표명해온 삼성과 LG 등 다른 그룹들은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일각에서 출자한도 초과에 대한 정부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된다해도 삼성과 같은 대그룹의 기아인수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와 대우의 삼성견제 및 기아에 대한 지원, 전문기업의 흡수합병에 대한 부정적 국민정서, 경제력집중의 억제에 대한 정부정책 등을 해결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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