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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숨겨준 HSBC

자산가에 스위스 비밀계좌 제공

재산은닉 통해 세금 탈루 방조

범죄자·부패정치인도 포함 파문


글로벌 은행인 HSBC가 고액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위스 비밀계좌를 이용해 자산은닉을 통한 탈세를 방조 내지 도와준 사실이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과 BBC, 프랑스 일간 르몽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등은 자체 입수한 HSBC의 개인자산관리(PB) 부문 내부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스위스에 있는 HSBC PB본부는 고객들에게 법망을 피해 세금을 탈루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HSBC는 고객들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2005년 스위스 비밀계좌에 세금을 매기기 위해 도입된 EU의 원천징수를 피해 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심지어 본국 조세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미신고된 비밀계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 고객들이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자금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서 잘 쓰이지 않는 외화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하도록 허가해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명단을 앞서 입수했던 영국 국세청은 명단 내 영국인 1,100명으로부터 탈루세금과 벌금 등 모두 1억3,500만파운드(약 2,225억원)를 징수했다고 밝혔다.

해외계좌 개설은 합법이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자산은닉 목적으로 비밀계좌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세회피 목적으로 고의로 재산을 숨기는 행위는 불법이다. 영국 조세감독관 출신 세금 전문가인 리처드 브룩스는 BBC에 "HSBC는 조세회피 서비스 회사 같다"며 "그들은 고객들이 탈세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했음을 다 알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HSBC는 국제범죄자, 부패한 정치인·기업인들에게도 계좌를 개설해줬다. 채권자나 과거 배우자, 조세 및 사법당국의 눈을 피해 자금을 빼돌리려 비밀계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ICIJ는 보고서에서 "무기상, 제3세계 독재자들의 자금운반책,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인, 기타 국제적 범법자들과 거래해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드러난 HSBC의 PB고객 명단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겐나디 팀첸코가 포함됐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미국으로부터 자산동결 제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2011년 무바라크 정권 붕괴 당시 국외 도피한 라치드 모하메드 라치드 전 이집트 통상장관,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인 모제스 빅터 쾨니히, 케네스 리 악셀로드, 엠마누엘 샬롭,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측근인 라미 마클로프 등이 이름을 올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한 고객 명단이 외부에 대대적으로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번에 드러난 문서는 HSBC 전산직원 출신 에르브 팔치아니가 2008년 퇴직하면서 내부자료가 보관된 디스크 5개를 들고 나오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그는 이를 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넘겼으며 라가르드 장관은 이를 각국 세무당국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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