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특검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 1위입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빨리 경영이 안정됐으면 좋겠어요.(응시생 A씨)” “인도에서 왔습니다. 부산대학교에 유학 중인데 글로벌 기업인 삼성 입사 시험을 보러 왔습니다.(라오씨)” 30일 오전8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 일원동 중동고등학교 앞길은 ‘삼성맨’을 꿈꾸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이채롭게 턱수염을 기른 외국인 유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삼성그룹이 국내 최초로 국내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공채시험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전국 5개 도시 24개 수험장에서 3급 신입사원 채용시험(SSAT)을 일제히 실시했다. 올 상반기 대졸신입사원을 뽑는 이날 시험에는 서울 지역에서 중동고 등 18개 고사장과 부산 등 지방 6개 고사장에서 총 2만여명이 응시했다. 중동고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130명을 포함해 1,100여명의 삼성전자 지원자들이 오전9시부터 3시간40분 동안 총 300문항과 씨름하느라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김현도 삼성전자 인사부장은 “4월10일 전후 SSAT 합격자를 발표할 것”이라며 “최종 선발인원은 특검이 끝나야 확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외국인 유학생들은 80%가 동남아 출신으로 최종 합격자는 3급 대졸사원으로 입사하게 된다”며 “외국인 SSAT는 영어로 출제된 것과 언어력ㆍ상식 문제가 없는 것 말고는 내국인 시험문제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은 인문계와 이공계 공히 “깊이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며 국내 1위 기업답게 깐깐한 문제들이 적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4학년생인 B씨(29)는 “전체적으로 지문이 길어서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인천 소재 대학 기계공학과 재학생인 C씨(26)는 “상식은 시간이 모자랐을 정도였다”며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의 동맹 관련 발언을 담은 신문기사를 읽은 뒤 관련 없는 것을 고르라는 문제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은 삼성 특검과 관련, “빨리 수사가 끝나 삼성그룹이 기업활동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계공학도로 올 가을 졸업예정인 D씨(29)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거 문제를 일단락했으면 좋겠다”며 “기업에는 미래지향적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SSAT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계열사별로 4월 중순부터 면접을 거쳐 5월 초 최종 채용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특검 수사 여파로 올해 경영계획을 정하지 못한 탓에 계열사별 선발인원 규모를 잡지 못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