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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재테크 방담] 투자의 추 위험자산으로 이동 … 중위험·중수익+α 겨냥하라

ELS·롱쇼트·헤지펀드 비중 늘려 적극 투자를

이미 오른 미국보다 이탈리아 등 유럽 매력

중국 7%대 성장 유지… 1등 소비주 관심 둘 만

김기환(왼쪽부터)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 수석웰스매니저,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희주 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가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올해 증시의 도약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호기자

참석자:

조 용 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김 희 주 KDB대우증권 이사

김 기 환 미래에셋증권 수석웰스매니저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어둠 같았던 계사년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선진국 자산시장은 이미 후끈 달아올랐지만 국내 시장까지 온기가 온전히 닿지 않는 분위기다. 저성장과 저금리 시대에 선진국과의 디커플링까지 맞은 국내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올해는 어떻게 투자의 파도를 타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은 갑오년 새해를 맞아 리서치와 상품개발, 자산관리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재테크 방담을 진행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김기환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 수석웰스매니저가 투자 길잡이로 나섰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자산의 추가 안전에서 위험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기존 중위험·중수익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α(알파)' 전략을 적극 구사할 것을 권했다. 또 자산배분에서 해외 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이미 높이 오른 미국보다는 유럽, 그 중에서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국가에 주목하고 글로벌 소비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의 대형 소비주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당장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조 전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은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강했지만 테이퍼링 이후 위험자산으로 자산이 몰리면서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걸을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어느 자산이 가장 안전한지가 중요했는데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좋아지면 리스크보다는 어떤 저평가된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가 화두가 될 겁니다."

테이퍼링은 곧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도 의미해 위험자산의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수석도 "지난해 5월 이후 국내 증시는 테이퍼링을 소화해내는 과정이었고 그동안 내성을 키웠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입장에서도 섣부른 경기 모멘텀만 가지고 가시적인 지표 없이 무리하게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어서 테이퍼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이보다 좀 더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경기 회복 수준이 중요한데 돈만 가지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회의가 든다면 오히려 경상수지가 취약한 신흥국들은 꽤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며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초기에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생각한 경향이 있었던 만큼 실제 테이퍼링이 시작됐을 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글로벌 자산시장의 경우 위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김 이사는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투자자들에게 아직까지는 예금도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좀 더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구조화 상품, 헤지펀드, 롱쇼트 펀드 등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수석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이어가되 올해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더 높여도 된다고 본다"며 "말하자면 '중위험·중수익+알파'전략으로 선진국 주식, 지수형 ELS, 금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등을 개인 포트폴리오에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가 선진증시와 극심한 디커플링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눈은 해외로 향했다. 수익률 또한 국내를 월등히 앞섰다. 올해도 이 같은 전략은 유효할까.

조 전무는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투자 격언인 "남들이 욕심 부릴 때 두려워하고 두려워할 때 욕심부리라"는 말을 빗대 해외투자시장에서도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이미 많이 올라 유럽 시장이 더 매력적이고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 등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국가들이 더 낫다"며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시장의 경우 PER가 2007년 60배에서 지금은 9배로 매우 저평가된 상태라는 점에서 욕심을 부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여전히 7%대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소비재 1등 업체의 성장률은 더 높다"며 "앞으로 10년 정도를 겨냥해 중국 내 1등 소비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에 고민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고난의 시절을 보내는 원인도 거래부진이 크다. 조 전무는 이에 대해 '주도주의 부재'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전처럼 전차(전자·자동차),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니 하는 주도주가 없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증시로 끌어들이지 못했고 펀드 또한 지수를 이기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교역국이 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이 수출보다 내수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힘들어졌다"며 "특히 미국도 이전과 달리 제조업 육성을 위해 해외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고 있어 한국 증시의 주도주 부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되는 만큼 이전처럼 이익이 2~3배 느는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싼 주식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무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코스피 고점도 2,200~2,300 정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도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사실상 국내 이익의 40%가량을 차지하는데 특히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수익성 정체기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국내 증시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김 수석도 곧바로 동의했다. 그는 "이익의 질 측면에서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지나치게 몰려 있어 문제"라며 "올해도 전자와 자동차를 대체할 주도 업종을 찾기 힘들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1등주 외에도 2등주나 중소업체들의 이익은 늘 수 있어 이에 대한 투자 안테나를 높일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4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김 이사는 "집값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높은 전세 가격이 금융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전세 세입자의 경우 위험자산을 팔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기는데 집주인 역시 남(세입자)의 돈을 가지고 주식에 선뜻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 시장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무도 "한국은 가계 자산의 75%가 부동산인데 미국은 75%가 금융자산"이라며 "비금융자산에 돈이 묶여 있어 경기가 부진할 때 내수도 어려워지는 것이어서 점차 전세로 돈이 묶이지 않게 월세로 전환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김 수석도 "정책적 유도를 통해 무리해서 집을 장만하는 것보다 월세로 일부 돈이 빠지더라도 나머지 소득은 금융자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엿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기본으로 되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이미 한국사회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된 만큼 이전과 같은 대박 환상은 접고 자산배분 전략과 건강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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