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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해진 추석 안방영화···판권경쟁도 치열
입력2006-10-01 19:52:44
수정
2006.10.01 19:52:44
지상파 방송, 투사부일체등 '히트작' 대거 편성<br>'시청률 보증수표' 인식···'대박영화' 확보 비상<br>'괴물' '왕의 남자' 등은 20억~30억 정도 줘야<br>광고로 비용 충당 힘들자 영화 직접 제작하기도<br>
추석 ‘안방 극장’이 화려해지고 있다. 특선영화가 해마다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케이블TV를 막론하고 각 방송사들마다 요란한 특집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특집물을 들여다 보면 ‘폭소 가요제’ ‘연예인 청백전’ 류의 프로그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포맷들이다.
하지만 특선영화의 경우 흘러간 옛 영화로 적당히 편성표를 때우는 건 옛날 얘기. 지난해 추석 최고 히트작 ‘가문의 위기’는 물론 올 설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투사부일체’ ‘음란서생’까지 모두 올 추석 특집으로 잡혀 있다. 돈 내고 극장을 찾거나 동네DND가게를 기웃거리는게 아까울 정도다. 도대체 방송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대박 영화는 시청률 ‘보증수표’=방송사 영화팀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방송사의 명절 영화 편성에 변화가 왔다”고 말한다. OCN, 채널CGV 등 케이블TV의 영화채널이 보편화되면서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로서는 최신작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른바 ‘틀 만한’ 신작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진 것도 명절 영화 라인업의 화려함에 한 몫을 했다. 영화의 ‘홀드백’(극장에서 개봉한 뒤 시차를 두고 비디오, 유료채널, TV 순으로 판권을 넘기는 유통방식)이 대폭 짧아진 것도 명절 신작 방영에 큰 이유로 꼽힌다. 극장에서 막을 내린 뒤 하루라도 빨리 TV 방영을 추진해 조금이라도 판권료를 더 챙기려는 영화사 측과 신작을 빨리 확보해 시청률을 올리려는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방송사측으로서는 신작 영화만한 ‘시청률 보증수표’가 없다. 지난해 추석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프로그램은 SBS가 방영했던 ‘태극기 휘날리며’(26.0%). 확실한 시청률을 보장해 주고 2~3회 재방송을 할 때마다 눈길을 끌 수 있으며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공들일 필요 없이 ‘뒷 돈’만 있으면 확보할 수 있는 시청률이라는 점이 방송사에겐 매력적이다.
대박영화 판권료는 최대 30억원대=그렇다면 방송사가 영화 방영을 위해 영화사에 지급하는 판권료는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액수는 영화사와 방송사 모두 극비에 붙이고 있지만, 전국 500만명 이상 관객이 든 이른바 ‘특A급’ 작품의 경우 20억원~30억원대가 들어간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영화사는 방송사에 영화를 팔 때 한 편씩 팔지 않는다. 통상 ‘대박’ 영화 한 편에 ‘중박’과 흥행에 실패한 ‘쪽박’ 4~5편을 붙여 패키지로 판매한다. 올 초부터 열렸던 추석 패키지 시장에 나온 영화 ‘웰컴 투 동막골’과 ‘가문의 위기’의 경우 패키지 가격은 15억원 안팎 수준. 올 초 1,250만 관객을 동원했던 ‘왕의 남자’의 경우 SBS가 지불한 패키지 가격은 최소 20억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직 판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괴물’의 경우 방송사는 25~30억원의 실탄을 쏴야 할 것이라는게 이쪽 사람들의 전망이다.
이처럼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자 방송사가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액 영화 판권료를 광고비로 메우는 게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 명절에 대박영화 1~2편 정도를 제외하곤 시청률도 신통찮다는 고민도 더해졌다.
올 봄 MBC가 제작해 짭짤한 재미를 본 ‘달콤, 살벌한 연인’이 대표적인 예. SBS와 CJ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기획한 공포영화 ‘어느날 갑자기’는 시청률로서나 평단에서나 모두 호평을 받았다. 판권 확보를 넘어 디지털고화질(HD)로 방송과 영화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두 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영화사로서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방송사로서는 다매체 시대에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사정은 복잡하지만 시청자들로서는 TV 리모콘을 쥐고 좋은 영화를 집에서 편하게 공짜로 골라 볼 수 있는 호기가 또한 명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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