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 관련 투자자금이 불안한 중국 대신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기 진작으로 증시와 기업실적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이자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뿐 아니라 일본주식 관련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 자금이 지난 16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일본에만 55억9,700만 달러(6조5,781억원) 유입됐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29억7,500만달러, 중국에서는 29억7,3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지난 7월 이후 일본 주식 펀드에는 한 주간 소폭의 자금 유출을 기록한 것 외에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올 들어 9월 초까지 유입된 자금만으로도 과거 한 해 동안 유입된 금액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일본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가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가운데 일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의 설비투자는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2012년 4·4분기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고 일본기업의 실적전망도 선진시장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 중에서는 '아이세어즈 MSCI 일본'과 '위즈덤 트리 일본 헤지드 EQ'의 설정액이 각 15조원 수준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헤지가 동반된 위즈덤 트리 일본 헤지드 EQ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거래된 평균 주식 수는 785만주, 최근 1년 수익률 22.58% 정도"라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설정액도 상당해 접근하기 좋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ETF로는 동경주가지수(TOPIX)와 TOPIX 100을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등 5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4개 종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8.2%로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3.83%)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일본주식 펀드의 수익률도 좋다. 비교 가능한 36개의 일본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5.47%를 기록했다. 또 1월 412억원에 그쳤던 자금 유입 규모도 지난달 1,083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이달에도 97억원이 순유입됐다. 하 연구원은 "최근 일본은 경기상승과 함께 주식을 포함한 자산가격의 상승이 돋보인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긍정적 효과 기대로 일본 증시는 글로벌 증시 중에서 가장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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