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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 회장 실형판결이 주는 교훈

SK그룹 최태원 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는 어제(13일) 분식회계 등과 관련, 구속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전경련 회장인 손길승 회장에 대해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이 각각 징역 6년과 5년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어느면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양형에 있어선 상당히 고민을 했다는 흔적이 엿 보인다. 최 회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된 것은 지난 3월이다. 공소 내용은 최 회장이 SK글로벌의 채무를 줄여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한편, 그룹 지배권 확보과정에서 워커힐 호텔 주식과 SK주식을 맞교환, 9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으며 SK그룹과 JP모건간 SK증권 주식이면 계약과정에 개입, 계열사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서울지법의 선고는 아직 1심 단계지만 판결내용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가운데 SK글로벌에 대한 분식회계 및 사문서 위조혐의, SK증권과 JP모건간의 이면계약을 통해 계열사에 1,11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판결내용 중 특히 주목은 끄는 부문은 주식의 맞교환에 대한 재판부의 첫 사법적 판단이다. 재벌그룹은 지금까지 비상장 주식을 그룹 지배권의 확보 수단으로서 이용해 왔었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 같은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에 따라 변칙 주식거래나 편법상속 또는 증여 등의 의혹을 받아온 다른 재벌들도 소액주주나 시민연대 등의 소송 가능성에 대비, 적지 않게 신경을 써야 할 판국이다. SK글로벌은 현재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오는 17일에는 8,500억원에 달하는 매출채권 출자 전환분을 놓고 채권단 회의가 열린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SK㈜ 이사회가 열린다. SK글로벌에 대한 출자전환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자리이다. 지원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와 노조의 반발이 예사롭지가 않은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 할 수 없다. 최 회장에 대한 이번 재판부의 재단(裁斷)은 재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비상장주식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겠다는 옛날식 경영방침이나 계열사에 대한 음성적인 지원ㆍ 짜집기식 분식회계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서다. 경제도 어려운 판국에 재계서열 3위의 그룹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고민도 이해해야 한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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