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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오호수 한국증권업협회장
입력2003-03-09 00:00:00
수정
2003.03.09 00:00:00
대담=이현우 증권부장 /hulee@sed.co.kr
오호수 한국증권업협회장 은 요즘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주식시장이 침체돼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분위기가 썰렁하다 못해 흉흉하다고 전한 오회장은 많은 손실을 입고 속을 태울 투자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며 증시안정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배당소득세 감면, 절세상품 확대 등 세제완화를 통한 증시 수요기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이 같은 증권업계의 의견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오회장은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이를 소화해줄 주체가 없어 출렁거릴 정도로 우리 증시가 취약하다며 수요기반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책을 주문했다. 오회장을 만나 증시 상황과 대책, 증권업계의 현안등을 들어봤다.
-코스닥지수가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언제쯤이나 시장이 회복될까요.
▲증시침체는 비단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지만 우리증시의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우리가 이라크전쟁과 유가급등이라는 공통의 악재외에도 북핵 문제라는 부담을 하나더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실 문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이라크전쟁이 조기에 종결되고 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서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경기에 선행하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늦으면 하반기, 빨라도 2~3개월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새 정부 출범이후 증시회복을 위해 증권유관기관이 4,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증시 안전판 구실을 해야 할 국내 기관들의 역할은 만족할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주식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투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을 제외하면 투자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또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연금관리기본법에 의해 주식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태입니다. 기관들의 역할이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기관의 비중을 높이는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기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이 증시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관도 돈이 있어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결국 자금의 증시유입이 중요하다는 것이지만 부동자금이 370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한데도 증시는 돈가뭄인 실정입니다. 어떻게해야 증시로 돈이 몰릴까요.
▲수요기반 확충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주식관련 세제완화입니다. 부동산열풍을 잠재운 것이 결국은 세제강화였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당세 감면, 비과세상품 확대 등 세제혜택은 돈이 증시로 물꼬를 틀 수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는 10일 발표될 증시 안정대책을 우선 지켜볼 것입니다.
-코스닥시장이 벤처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창구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특히 대주주의 비윤리성 문제는 여전히 코스닥시장의 병폐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몇일 전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과 코스닥 문제를 진지한 논의했습니다. 코스닥시장은 젊은 벤처기업인과 중소기업에 꿈을 주는 시장입니다. 지배구조문제, 대주주의 윤리성 문제 등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는 한번은 거쳐야 될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점들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업은행ㆍ강원랜드 등 우량 코스닥기업의 거래소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코스닥을 떠날 경우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더욱 추락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거래소와 코스닥의 기능은 분리돼야 합니다.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라는 코스닥 역할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일부 기업들이 거래소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분을 가진 곳은 시장 전체를 감안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거래소의 상장조건 개선을 통해 무분별한 이전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통합,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등 증권제도 개선에 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특히 시장통합 문제에 대해선 이해당사자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요.
▲시장통합 문제는 운영의 효율성과 시장이용자의 편의성 차원에서 논의돼야 합니다. 또 비용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을 통합하면 결제 시스템 통합 등을 통해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ㆍ선물 분리에 따른 불공정 거래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방카슈랑스(보험ㆍ은행업 겸업) 도입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생존을 위해 합병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증권사의 영업수익에서 위탁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됩니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비중 증가 및 업체간 경쟁심화, 시장 침체 등으로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증권사 통합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은행의 통합과 증권사의 통합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증권사를 합친다고 해서 곧바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는 힘듭니다. 우선 특화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디스카운트 브로커(Discount Broker), 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 각 사가 전략분야를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봅니다.
-새 정부는 주식시장을 건전한 자본육성과 투자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 경제팀에 주문하고 싶은 증시정책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것입니다.
또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시장 육성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증시가 침체되면서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이 갖춰야 할 투자전략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채권, 주식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리스크를 관리할 것을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한 몫 챙기겠다는 식으로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생각입니다. 또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부화뇌동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직접투자에 자신이 없다면 간접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발자취]은행서 증권사 옮긴후 탁월한 업적 도전정신 두각 `마당발` 친화력도
오호수 회장의 지나온 행적은 `역동`이란 단어로 요약된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리를 옮겨 CEO를 거쳐 증권협회 수장인 협회 회장에 오르기까지 중요한 삶의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지는 과단성 있는 결단과 추진력으로 인생의 항로를 개척해 왔다.
지난 70년대 안정적이고 높은 보수로 인기 직장의 첫 손에 꼽히던 은행을 박차고 나와 증권사에 둥지를 튼 점은 안주와는 거리가 먼 그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인들은 이런 도전 정신이 오 회장의 인생을 보다 값지게 만든 자산이라고 말한다.
오 회장은 학창시절 때부터 마당발로 불릴 만큼 사람 사귀기를 유달리 좋아했다고 한다. 증권계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의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맺고 있는 것도 타고난 친화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오 회장은 부지런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증권가에서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77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영업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최하위 점포를 3개월 만에 전국 1위로 올려 놓은 사실은 영업의 귀재를 꿈꾸는 증권맨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주간사 업무를 따내기 위해 한 회사를 몇 달에 걸쳐 끈질기게 찾아가 결국 성사시킨 일화도 오 회장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지난 98년 사장으로 부임한지 1년 만에 LG투자증권을 업계 1위로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과감함과 지칠 줄 모르는 발군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증권산업 노조측에서 오 회장이 증권사가 아니라 협회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며 퇴진 운동을 벌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 출생(44년) ▲경복고ㆍ연세대 법대 졸 ▲제일은행 입행(71년) ▲대우선물(주) 사장(97년) ▲LG투자증권 사장(98년)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99년) ▲한국증권업협회장(2001년)
[증권협회 올 사업] 체계적 투자자교육 강화 방침
증권업협회는 올해 체계적인 투자자 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경제 침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코스닥 등 증권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증권지식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증권업협회는 우선 청소년을 대상으로 투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공익교육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에게 증권ㆍ경제분야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증권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춘 미래의 경제주역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미 청소년 경제교육으로 대학교 증권연구동아리를 지원하고, 중ㆍ고교 특별활동시간에 증권기초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지난 2001년7월부터는 만화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청소년 증권교육을 더욱 활성화 시키기 위해
▲각 단계별 증권교육 목표 및 표준교재 발간
▲증권경시대회개최
▲증권투자 아카데미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일반투자자들과 전문가집단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증권시장을 대박을 꿈꾸는 단기 투자시장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정석투자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시장으로 인식시키는 것이 목표다.
협회는 기존 교육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투자자교육 전담팀을 신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첫사업으로 3월부터 대학ㆍ지방자치단체ㆍ문화센터 등에 무료로 전문강사를 파견해 증권교육을 실시하는 `강사파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오호수 증권업협회장은 “올바른 투자자가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체계적인 교육이 증시 투명성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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