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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진공상태의 美 대외정책
입력2001-03-30 00:00:00
수정
2001.03.30 00:00:00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그의 대외정책을 처음부터 새 그림으로 그리길 원하고 있다.공화당은 미 국익을 최우선하는 완고한 국가주의로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른바 '중재주의(interventionism)'를 대체하는 데 지금껏 박수를 쳐왔다. 클린턴의 '낭만주의'를 타고 넘는 현실주의적 정책 말이다.
그러나 세계는 미국의 우방국이던 적성국이던 가릴 것 없이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자기방어를 위한 발톱을 세우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태세다.
부시 행정부의 그 같은 강경방침의 첫번째 대상국들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이었다. 유럽 등 전통적 우방에 대한 신중한 배려 없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문제로 미국은 이들 국가에 사실상 압력을 행사했다.
이라크에 대한 폭격이 이뤄졌으며 북아일랜드와 중동 평화 협상으로부터 손을 떼겠다는 부시의 불간섭 정책이 내외에 천명됐고 국제경제 공조체제와 관련한 일부 문제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발언이 간간히 들렸다.
부시 대통령의 정책팀은 포드와 레이건 행정부 당시 정책팀과 기본적으로 같은 인맥들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군사적 우월성을 근간으로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냉전시대로의 복귀로 묘사하려는 성향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다소 이른 감이 든다. 미국의 새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전 클린턴 행정부와 대외정책 면에서 무언가 다른 색깔을 내려는 데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 세계가 부시팀에 대해서 유일하게 파악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그들의 조건반사적인 반대적 성향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거의 알 도리가 없다.
지금은 과도기 속 정부다. 전임 행정부의 경우 클린턴팀이 외교정책의 색채를 분명히 하는 데 최소 2년의 세월이 걸렸다.
현 부시 대통령의 선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조차도 냉전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공표하는 데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
지금 이 시점 우리의 우려는 부시 행정부가 많은 부분에서 사려 깊고 적절한 전략 없이 주요한 대외정책을 결정해버리는 우(遇)를 범할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타이완 무기 판매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과 갈수록 국면을 어렵게 만들어가는 대(對)북한 문제가 그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냉전 종식 이후 양국 사이 개선된 선린관계에 대한 고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 내 각 정책 실무진들은 이 같은 외교적 진공상태를 메워나가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방부와 국무부간 힘겨루기는 지금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실로 새로운 그 무엇,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는 현실이다.
이 시점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를 가진 유일한 사람은 두말할 바 없이 바로 대통령 부시다. 그가 자신의 권위로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세계는 물론 기다릴 것이다. 짜증스럽게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3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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