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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서 건넨 150억원 박지원씨가 먼저요구”
입력2003-06-18 00:00:00
수정
2003.06.18 00:00:00
고광본 기자
대북송금 의혹 수사과정에서 현대측의 비자금이 확인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수뢰혐의가 불거지면서 `정치 스캔들`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특검 연장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남북정상회담 과정의 도덕성에서도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박 전 장관 150억 수수의혹 논란= 특검팀은 18일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혐의)에서 “박 전 장관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친구인 사업가 김모씨(미국체류중)를 통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게 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익치씨도 전날 박 전 장관과의 대질에서 `2000년 4ㆍ13 총선을 전후해 정몽헌 회장의 지시로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박 전장관에게 서울 한 호텔에서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법원 영장실질심사 직전 기자들에게 “내가 왜 (2000년 3월초 싱가포르 예비접촉 당시 먼발치로 보고 수인사를 나눈 것 밖에 없는) 이익치씨로부터 받나. 받았으면 정몽헌씨로부터 받지”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박 전 장관에 대해 “2000년 5월 정 회장으로부터 `대북송금을 약속했는데 어려우니 금융지원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기호 전 경제수석에게 5,500억원의 대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익치씨가 박 전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양도성 예금증서가 사채시장 등에서 돈세탁을 거쳐 친구인 김모씨(미국 체류중)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확인, 박 전 장관이 이씨와 공모해 돈세탁을 했거나 이씨가 배달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있다. 또 현대 비자금이 다른 정치권 인사에게도 흘러 들어갔다는 첩보도 입수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DJ 조사 둘러싼 논란과 정치적 파장 증폭= 오는 25일 1차 수사기간 종료를 불과 1주일 앞두고 박 전 장관의 수뢰혐의가 제기되면서 수사기간 연장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게 됐다. 특검으로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간 연장의 당위성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자칫하면 정상회담의 도덕성 실추로 향후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물론 햇볕정책 지지와 반대편 사이의 논란이 가열되며 국론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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