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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과 시장경제
입력1998-11-20 00:00:00
수정
1998.11.20 00:00:00
해운업도 대내외적으로 개방되고 경영도 대폭 자율화하도록 규제를 혁파해가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와 당국간에 해운업 진입에 대한 이견이 있다.원유·석탄·철광석·액화가스 등 대량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해운회사에 대해 대량화물의 수송을 제한한 현행 해운업 조항의 존폐 여부가 쟁점이다.
해운당국은 정유업체의 계열사인 호유해운·SK해운 등은 오래 전부터 원유를 수송하여 왔는데 기타 대량화물의 화주들에게 참여를 제한한다면 형평에 맞지도 않고 또 99년부터 외국해운회사에도 우리 해운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데 포항제철·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 등의 해운업 진입을 제한한다면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해운업게에서는 정부출자인 포항제철·가스공사 등 대량화주에 대해서 해운업 진입을 허용하면 독과점의 폐해를 유발하여 결과적으로 화물의 최종소비자인 일반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유업체가 원유수송에 참여한 배경은 우리나라에 자본이 형성되지 않은 60년대 걸프·칼텍스 등 석유메이저들과 합작 또는 차관도입을 할 때 수송권까지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기술과 자본이 취약했던 불가피한 특수상항을 보편화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양측의 주장이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보지만 해운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본질문제에 접근해야 정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해운업이 다른 산업에 예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산업인가 여부와, 해운업도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산업인가에 초점을 맞춰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첫째, 외항 해운업은 전문업종이며 안보관련 산업이다. 이유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원자재 수입이나 제품 수출을 전량 해운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해운산업이 그 기능을 상실할 때는 산업할동의 마비로 인해 정치·경제는 물론 국가 안위에도 중대한 위기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운업은 정부가 육성해야 할 기간산업이다.
둘째, 해운업은 시장경제원칙에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산업이다. 이유는 자유로운 경쟁에 의하여 국제 해운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운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운임의 동향을 통해 경제주체가 수송수요와 공급의 과부족을 파악하여 수급 균형을 조절하고 운임의 자율적 움직임에 의해 장기적으로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해운업이 독자적인 산업이고 시장경제원칙에 의해 작동되는 산업이라면 결론은 자명하다. 대량화주에 예속되는 산업운송업자(INDUSTRIAL CARRIER)는 지양되고 전문운송업자(COMMON CARRIER)의 시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철광석·유류·유연탄 등 대량화물의 수입량이 전체화물 수입량의 약 66%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를 IC가 좌지우지한다면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
정부가 재벌의 은행소유나 문어발식 다각화를 금지하는 것은 분명하고 공정한 경쟁에 의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해운당국이 대량화주의 해운업 진입을 막아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국민의 정부의 경제철학인 시장경제에 부합하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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