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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정주영과 현대정신

<세상에 올 때 내 마음대로 온 것은 아니지만/이 가슴에 꿈도 많았지/내 손에 없는 내 것을 찾아뒤볼 새 없이 나는 뛰었지/이제 와서 생각하니 꿈만 같은데 /두번 살 수 없는 인생 후회도 많아/ 스쳐간 세월 아쉬워 한들 돌릴 수 없으니…> 그는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 어느날 승용차로 이동하던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들은 그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 비서에게 "저 노래를 배워야 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노래의 가사가 내 인생 역정과 너무 닮았다." '보통인생'이라는 제목의 노랫말이다. 하지만 그의 86년 인생은 결코 '보통'은 아니다. 특별한 사람 정주영. 그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농사가 그의 첫번째 직업이었지만 이것을 거부한 그의 인생은 앞만 보고 뛴 도전의 역사다. 현실 안주에 대한 거부로 채운 인생이었다. 열여덟 혈기왕성한 나이에 네번째 가출을 '성공'시킨 뒤 그의 특별한 인생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손에 없는 내것을 찾아, 뒤볼새 없이 앞만 보고 뛴' 남다른, 그리고 특별한 그이 인생. 그는 현대정신을 통해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가치와 교훈을 심어 주었다. "하면된다.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 "해보기나 했어?"라는 질타성 반문은 현대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가능성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는 '현대정신'을 창조했다.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 영광은 없다는 것, 황무지에서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 최악의 순간에도 최선을 생각하는 돌관정신으로 밀어부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 그가 만든 현대정신은 세계 건설업계에 '현대인'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냈다. 현대인의 현대정신, 그것은 '인간(평범한 사람)'을 초월한다. 우리가 굶주릴 때 그들은 웃었네 우리가 지쳐있을 때 그들은 일어났네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 그들은 움직였네 이것은 브라운 앤 루터사의 묘비명이다 여기 누워있는 이 사람은 가장 바보다 그는 현대인처럼 일하다가 죽었다 넋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현대건설과 같이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공사현장에서 일했던 브라운 앤 루터사의 기술자인 루브야드 키플링의 묘비에 기록된 작자미상의 추모의 글이라고 한다. '현대인(현대건설 사람들)', 그들이 어떻게 일했는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주영. 그는 스스로 '그렇게 바보처럼 일만하던 사람'이었다. 스스로 '한솥밥 동지'라고 불렀던 수많은 현대인들을 모두 '바보처럼 일만하게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중국대륙에 붙은, 일본 옆에 있는 반도국가'를 '일본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건설에서 잘 하는 사람은 모든 일을 잘 한다"는 신념아래 자연과 지난한 투쟁을 벌이면서 우리에게 가능성을 심어준 사람이다. 가난의 질곡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 열사의 사막과 동토의 시베리이라를 누비면서 삼각형의 피라미드 깃발(현대의 로고)과 태극기를 휘날렸다.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분단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비극의 종말을 위해 뛰었던 사람. 그의 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 정경유착을 뛰어넘어 기업조직을 이용해 정경합일을 시도했던 사람일 수도 있고, 특혜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대표적인 기업인일 수도 있다. 유교와 경영을 접목시켜 성공했지만 끝내 유교의 최대 덕목인 '형제간 의 화합'을 이루지 못해 평생 일군 성과가 흐려진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 경제와 기업의 역사에서 그만큼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데는 모두 동의해야 할 것이다. 그가 국내외에서 이룬 긍정적 성과는 분명 우리에게 희망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그 같은 경영자를 다시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와 같은 '경제영웅'이 등장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다 능력면에서 그 같은 '큰 사람'도 나오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참여, 가족경영, 그룹해체 등 거부할 수 없는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남긴 것, 남기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확인해보는 것도 그의 특별한 업적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정주영 같은 경영인이 없었다면 한국은 지금껏 농업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다." 미국 오레건 대학 리처드 스티어즈 교수의 말이 새삼 의미를 더하는 순간, 우리는 정주영을 생각한다. 정주영! 그가 만든 수많은 '신화'는 그의 사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더많은 '신화'를 창조하며, 새로운 '전설'을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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