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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굿으로 그려낸 백제 멸망사
입력2004-09-30 17:51:24
수정
2004.09.30 17:51:24
[공연화제] 백마강 달밤에
‘백마강 달밤에’(연출 오태석)가 연극열전 11번째 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10일까지 공연한다.
이 작품은 1400년 전 멸망한 백제 의자왕과 신하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벌이는 충청도 은산별신굿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굿을 주재하던 당집 할멈이 굿을 며칠 앞두고 수양딸 순단이가 의자왕을 비수로 찌른 금화로 나타나는 꿈을 꾸게 된다. 동네 사람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할멈은 순단이 대신 전라도 강경의 박수무당 영덕을 데려와 별신굿을 벌인다.
별신굿을 치르는 동안 순단이에게 금화의 영혼이 씌여 영덕과 함께 의자왕을 만나러 명부로 떠난다. 옛 선조들의 원혼을 어루만져 마을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축원하기 위한 굿이지만 실제 명부에서 만난 의자왕과 신하들은 하나 같이 불행하다.
백성들을 유교라는 올가미로 질식 시켰던 성충은 먹지 못하고 내 뱉기만 하는 가마우지가 돼 있고, 처자식을 죽이고 전쟁터로 나간 계백장군은 거미줄을 치고 벌, 나비 등으로 변한 자식들을 매일 잡아먹어야 하는 거미다. 그리고 의자왕은 병사들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한 칼받이가 돼 있다.
연극이 축제에서 발전된 것인 만큼 이 작품은 연극 원형에 충실하고 있어 오랜만에 연극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대동제라는 고유의 축제를 중심으로 우리의 소리, 우리의 몸짓, 우리의 정서를 담아내 볼거리가 풍성한 극이다.
극단 목화의 맨발연기 그리고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믹연기로 이름난 성지루의 연기가 곁들여져 무겁고 어렵다고 평가받는 연출가 오태석 작품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명부에서 만난 가마우지 성충과 거미 계백장군 등의 모습에서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읽을 수 있다.
또 구수하고 정감 어린 충청도 사투리와 천신과 산신의 어릿광대 연기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할멈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황정민과 금화와 순단이 1인 2역을 맡아 혼신을 다 한 이수미 등의 연기가 돋보인다.(02)745-3967
/장선화기자 indi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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