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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노사의 미완성 합의
입력2003-07-17 00:00:00
수정
2003.07.17 00:00:00
김정곤 기자
산별노조 체제가 출범한 뒤 금속 노사가 주5일 근무제 등에 전격 합의한 것은 참여정부 출범 후 `선파업 후협상` 관행과 정부 중재의 악순환으로 얼룩진 일련의 대결적 노사관계에 비춰볼 때 일단 진일보한 것이다.
이번 합의의 배경과 관련, 민노총으로서는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하기 위한 현대차ㆍ기아차 노조의 23~24일 공동파업을 앞두고 세 과시를 노린 측면이 없지 않다. 사용자측도 금속노조가 지난 9~10일 부분파업으로 압박을 가함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최종안에 합의한 점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국회에 계류중인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노동계가 촉구하고 있는 만큼 법제화에 앞선 성급한 처사라고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금속노사의 합의가 향후 중소기업의 주5일 근무제 협상에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삭감과 휴일조정이 없는 주5일 근무제에 합의 함으로써 대기업에 비해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ㆍ영세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게 됐다. 납품가격 깎기 등을 통해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기 일쑤인 대기업의 노조가 중소사업장의 산별노조에 힘입어 주5일 근무제를 얻어내려는 것도 모순적이다.
특히 이번 합의 가운데 비정규직 보호 부분은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계절적 업무에 대한 예외인정 조항이 있기는 하나 자금난보다 인력난이 더 화급한 중소업체들의 노동유연성을 현저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이 너무 높아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더욱이 필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측면도 큰 중소업체에게 임시직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거나 처음부터 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라는 것은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합의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감소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
국회는 하루빨리 가장 합리적인 주5일 근무제 관련 법안을 민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고. 노동계도 파업과 협상을 전술적 차원에서 이용하지 말고 경제회생이라는 대승적 국면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금속노조측은 중앙교섭 위임권을 철회한 38개 사업장에 대해 무기한 파업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이는 스스로 만든 소중한 합의에 흠을 내는 어리석은 처사인 만큼 자제해야 마땅하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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