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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만능 풍조 춘투가 우려된다
입력2003-05-18 00:00:00
수정
2003.05.18 00:00:00
지난 2주 동안 전국을 물류대란 속으로 몰아 넣었던 화물연대 파업이 정부의 대폭 양보로 수습이 됐다. 사태가 일단락돼 정부나 국민 모두, 가슴을 쓸어 내리고는 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지나친 양보가 자칫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 지금까지 쌓아 온 노사문화마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 정부` 출범 후 노동정책의 기조가 `친노`(親勞)로 바뀌면서 산업현장마다 잔뜩 기대가 부풀어 있는 판국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목소리를 높이면 해결 안될 것이 없다`는 집단 이기주의에 정부가 또 한번 물러선 꼴이어서 올 춘투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친 노동`정책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할 정부가 편향된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문제다. 지난번 두산중공업 사태 당시 노동부장관이 이례적으로 노사교섭의 중재자로 나서 노조측의 요구사항을 거의 수용토록 한 것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철도노조 분규 때는 `국민의 정부,가 다져놓은 철도산업의 민영화 계획을 원점으로 돌려놓다시피 했다. 한전의 민영화, 주공과 토공의 합병 등도 노조에 밀려 흐지부지 된 상태다. 정부의 `친 노동`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춘투가 본격화 되는 다음달부터이다. 주 5일 근무제를 비롯, 비정규직 처우개선ㆍ외국인 고용허가제ㆍ근골격계 직업병인정ㆍ공무원노조 노동3권 보장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올 춘투의 핵심쟁점이기도 하다. 노조는 최근의 집단행동에서 상당한 수확을 올린 것에 영향을 받아 이들 현안의 타결을 위해 강경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인 것 같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이지만 해당사업장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파업 비상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화물연대에 오는 7월부터 인상될 경유세(교통세)를 전액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될 경우 다른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버스나 택시업계에서 경유세 인하를 요구해 올 경우 정부의 대처가 궁금해진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들의 불법행동에도 정부가 원칙 없이 대응하다 보니 한층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법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노조도 제 몫 찾기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노조가 대부분 회사의 어려움을 감안, 금년을 `임금 무인상의 해`로 선언한 뜻을 곱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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