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고 받기식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어긋나면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의 전체 속도는 이제 4차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특히 4차 협상에서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품 분과에 대해 한미 FTA를 기준으로 해 양측이 서로 불만 있는 것을 논의하기로 해 그것이 미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차 협상은 또 상품양허 이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비관세장벽도 집중 논의하기로 해 결과에 따라서는 주된 쟁점이 해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미 FTA 기준, 양측 심층 논의의 득실은=상품양허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3차 협상 내내 지속되자 양측은 수석대표간 접촉을 통해 한미 FTA를 준거로 4차 때 상품양허를 협의하자고 합의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우리 측은 EU에 미국보다 불리하게 제시한 것이 무엇인지, EU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 덜 내주려 한 것이 무엇인지를 세부적으로 비교해 절충점을 찾자는 것이다. 문제는 EU의 주장대로 상품양허안이 “한미 FTA에 비해 EU 측에 불리하다”고 주장할 정도로 외견상 EU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기준의 비교가 한국 측에 득이 될 것이냐는 점이다. 더구나 우리측 협상단은 EU는 조기철폐(즉시+3년 이내) 비율이 품목 기준으로 95%, 수입액 기준으로 80%에 달하는 반면 우리 측은 조기철폐 비율이 품목수 및 교역액 기준으로 EU 측과 격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 한미 FTA와 비교할 때 EU의 경우 공산품에서는 자동차 등 일부만 밀릴 뿐 한미 FTA보다 더 앞선 개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우리 측은 공산품의 경우 자동차를 비롯해 농산물은 EU 측의 주장대로 돼지고기, 위스키ㆍ포도주, 초콜릿, 치즈 등이 모두 10년 이상의 장기철폐로 제시돼 있다. 비교할 경우 불리한 측면이 더 많은 셈이다. 여기에다 설령 양측이 공산품 등에서 개방일정을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EU의 경우 자동차를 3년 내로 개방(수입액 비중 18%)할 경우 금액기준 100%의 개방 수준에 가깝게 돼 한국 역시 그만큼 많은 것을 조기 개방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한미 FTA 기준을 놓고 양측의 불만을 심도 있게 분석, 비교해보자는 절충안은 우리측 양허수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4차 때 양측의 이야기가 잘되면 5차 때는 수정양허안을 가지고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기술표준 등 비관세장벽 본격 공방 예상=양측 협상단은 상품관세에 이어 진도가 느린 비관세장벽 문제도 4차 때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비관세장벽 중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3가지. 자동차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 ECE)의 자동차 기술표준규정 도입 여부가 관건이고 전기ㆍ전자는 공급자 자기적합성선언 도입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의약품의 경우 가격결정 등의 투명성 제고방안 마련이 주요 쟁점이다. 3차 협상 때도 논의했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해결이 어렵다. EU 측은 “FTA에 반대하는 자국 자동차 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 측이 UN ECE 자동차 기술표준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측은 “미국과 유럽의 표준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 스스로 협상 전 예상했던 조달 분야의 3대 쟁점인 ▦지방자치단체 건설발주시 국제입찰 하한선 인하 ▦중소기업 보호요건 삭제 ▦공기업 조달개방 확대 등도 4차 때 해결해야 할 주요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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