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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투자 대상 회사를 물색할 때 몇 가지 점들을 확인한다. 기본은 역시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그리고 배당을 얼마나 지급할지 여부이다. 회사가 거둔 수익이나 주가에 비해 배당이 낮으면 투자자는 앞으로의 수익 전망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또 투자 의욕도 떨어질 터이다. 그런데 낮은 배당이 내포하고 있는 더 큰 문제가 있다. 회사가 내부유보 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가능성이다.
회사는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유보금을 활용해 설비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 유보금이 유용하게 쓰인 경우다. 반면 경영자나 최대 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좇아 유보금을 낭비하거나 심지어 불법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일지는 기업 소유나 지배 구조 등에 달렸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해당 회사 지분율보다 더 큰 계열사가 있다면 이 계열사로 이익을 이전하려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가령 1만원짜리 계열사 제품을 2만원에 구매하는 식이다. 불법 경영을 방지할 내부 감시와 통제 장치가 불충분한 경우에도 내부자금이 잘못 사용될 위험이 커진다. 횡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래의 사례는 이와 같은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는 사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A사 주식은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우량주다. 일명 '황제주'다. 이 회사는 자본금 규모가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2011년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까지 2,000억원에서 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안정적으로 기록했다. 그런데 배당은 최근 몇 년간 15억원 수준에 그쳤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은 2011년까지 0.5%를 맴돌았고 2012년 수익이 떨어지고 나니 그나마 1%를 간신히 넘겼다. 배당수익률도 0.2% 수준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이 회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법적 위험에 휩싸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A사를 포함해 계열사 9곳이 최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다른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5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 최대주주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고 2심까지 징역이 확정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낮은 배당이 회사의 운명과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별한 투자 실적이나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면 한 번쯤 내부유보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해볼 만하다. 최대주주, 대표이사, 혹은 기타 이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가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제재를 당한 적이 있다면 확인의 필요성은 더 클 것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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