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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번호 6번인 탄소를 다루는 학문인 유기화학은 생명공학(BT), 정보통신(IT), 나노공학(NT) 등의 분야에 기초가 되는 학문이다. 111개가 되는 주기율표상의 많은 원자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탄소를 다루는 학문인 유기화학이 현대 과학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은 이유는 탄소 간 공유결합이 매우 강해 다양한 화학적ㆍ물리적 성질을 가지는 화합물의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기인듐 이용 촉매 짝지움 반응' 세계최초 개발 '유기화학 분야 한국인 첫 이름반응 주인공' 기대 지금까지 많은 탄소 간 공유결합 합성법이 보고됐고 이 가운데 대표적인 반응들은 개발자의 이름을 따 '이름반응(named reaction)'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냐르 시약(1912년), 딜스-알더 반응(1950년), 비티히 반응(1979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반응과 시약을 개발한 과학자들은 모두 노벨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내 유기화학자들도 많은 수의 탄소 간 공유결합 합성법들을 보고했으나 아직 한국인이 개발한 이름반응은 없다. 이필호(48) 강원대 화학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기인듐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cross-coupling reaction)을 통해 4~5개의 분자가 한 분자로 집적되는 다결합생성반응(multicomponent reaction)을 개발해 유기화학 분야에서 한국인 최초로 이름반응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기인듐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ㆍ다결합생성반응 세계 최초 개발=지금까지 이름반응으로 불리는 많은 촉매짝지움반응들 중 탄소 간 공유결합을 생성하는 데 이용되는 대표적인 짝지움반응은 '스틸 반응'과 '스즈키-미야우라 반응'이다. 스틸 반응의 경우 친핵체인 유기주석(organotin) 화합물을 따로 합성한 후 분리한 뒤 사용해야 했다. 또 사용한 친핵체 리간드(ligandㆍ중심원자에 결합돼 있는 이온 또는 분자)들이 친전자체로 모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전달되고 유기주석 화합물의 독성이 매우 강해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유기붕소(organoboron) 화합물을 친핵체로 사용하는 스즈키-미야우라 반응도 친핵체를 따로 합성한 후 분리를 거쳐 사용해야 하며 주로 아릴짝지움반응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는 원자번호 49번인 인듐이 1차 이온화에너지가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물과 산소에 안정적이라는 사실에 기초, 유기인듐 화합물을 친핵체로 사용한 독창적인 첨가반응과 제거반응, 그리고 촉매짝지움반응을 개발했다. 특히 유기인듐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을 통해 4~5개의 분자가 한 분자로 집적된 다결합생성반응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한 반응용기에서 중간체의 분리 없이 다양한 고리 화합물의 합성법을 개발했는데 전이금속을 이용한 다결합생성반응은 하나의 반응 과정에서 구조가 간단한 화합물로부터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는 유기화합물이나 정밀화학 중간체, 의약 화합물들의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매우 큰 연구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유기인듐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이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과 다결합생성반응을 좀 더 발전시킨다면 이름반응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산업 파급 효과 커=현재 선진국들이 기술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유기 전자전달 재료 및 발광재료 합성 분야에서 재료 물질들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촉매짝지움반응과 다결합생성반응을 한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기 전자전달 재료 및 발광 재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물질의 합성이다. 전이금속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 및 이를 이용한 다결합생성반응을 통해 물리ㆍ화학적 성질이 우수한 유기재료 물질을 얼마나 빠르게 합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재료 물질들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일본은 전이금속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 및 다결합생성반응에 대한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유기 전자전달 재료 분야에서 원천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름반응급의 원천 유기반응 기술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교수가 개발한 인듐을 이용한 첨가반응ㆍ치환반응ㆍ촉매짝지움반응 및 다결합생성반응 기술에 대해 국내외 정밀화학 관련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차세대 정보 디스플레이로 부각되고 있는 OLED의 재료 물질들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촉매짝지움반응 및 다결합생성반응들을 이용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된 원천반응 기술이 없어 그동안 일본에서 개발된 반응 기술들을 이용하거나 혹은 재료 물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지난 2006년 9조원에서 지난해 14조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재료 물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인듐을 이용한 촉매짝지움반응과 이를 이용한 다결합생성반응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크고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원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유기화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치고 1991년 모교 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과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003년부터 3년간 '세계적 선도연구자사업'을 수행했으며 2006년부터는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지정돼 원천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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