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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론 이미 현실… 대기업 주도해야 창조경제 성공"

■한국경제 향한 국책연구원장의 경고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 2060년엔 OECD 1.5배<br>연금개혁만으로 재정절벽 막기 한계… 건보도 고쳐야<br>길어지는 청년고용 대란에 주3일제 근무 파격제안도

1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2015년도 춘계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한 주제 발표자들이 청중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명호(왼쪽부터) 조세재정연구원 센터장, 이일형 대외경제연구원장,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이인재 노동연구원장. /이호재기자


한국경제학회가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경제의 과제와 해법'을 주제로 개최한 춘계 심포지엄에서는 국책연구기관장의 경고와 제안들이 쏟아져나왔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복지지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 나라 곳간이 거덜 나지 않으려면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지출을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복지비용을 감당하려면 현재 논란의 대상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 외에 건강보험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이 나왔다. 또 창조경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초기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내년부터 시행될 임금피크제에 따른 청년 고용 대란과 관련해 주 3일제 근무제 시행 같은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이날 국책연구기관장들은 조세와 산업, 대외경제, 고용과 관련해 당면과제를 진단하고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연금개혁만으로는 재정 유지 힘들어=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반영하면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세수를 확충하는 동시에 지출을 효율화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고려할 때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험지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연금개혁만으로는 우리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는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반영하면 지난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9.6% 수준인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가 오는 2060년 29.0%로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0%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개혁과 아울러 의료 부문의 사회보험지출도 효율화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합리적으로 바꾸고 약제비 절감과 수가 조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주도해야 창조경제 성공 가능="지난해 말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넘어서면서 신(新)샌드위치론이 현실화했습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우리 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값싼 노동력뿐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중국이 코앞까지 추격했다는 것이다. 신성장 산업은 정부가 주도할 게 아니라 대기업이 앞장서서 이끌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샌드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지론이다. 김 원장은 "정부가 얘기하는 창조경제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매수자가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벤처기업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이들에 투자하는 벤처투자회사들은 수년째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김 원장은 조언했다. 김 원장은 "변화가 가장 느리다는 일본만 봐도 후지필름이나 도시바·파나소닉 등은 10여년 전 사업 포트폴리오를 180도 바꿔 재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신성장 산업을 찾는 작업은 시장 주도로 이뤄지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자산시장 버블 붕괴 눈앞=이일형 대외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가 외풍에 흔들리는 정도를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원화의 국제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이 은행 대출에서 투자로 전환된데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기회복을 위한 돈풀기에 나서면서 금융자산도 급속히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환경 아래에서는 한 나라의 충격이 주변국으로 쉽게 전파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역시 외풍에 흔들릴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국 자산시장의 충격이 우려된다고 이 원장은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미국의 주식시장 과열 행태가 한계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주식시장에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판매량이 많은 만큼 충격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화의 글로벌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원화의 무역결제 비중을 높이는 작업에 먼저 나서고 그다음 단계로 가치저장 수단으로까지 위상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는 50년가량의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적인 과제지만 최근 무역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고용절벽, 임금피크제로 완화해야=이인재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난 15년간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급속한 고령화로 인력수급에 차질이 생긴 점, 신규 진입자에 불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이라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타임으로 근무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노사가 다양한 임금체계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면서 "주3일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임금이 실질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전환배치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렇지 않으면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2016년 고용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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