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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빛과그늘] 3. 경영권 방어 문제없나
입력2001-02-13 00:00:00
수정
2001.02.13 00:00:00
[외자유치 빛과그늘] 3. 경영권 방어 문제없나
삼성전자등 외국인지분 50%대…경영권 유지 안심못한다
삼성전자와 포철은 한국경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한국기업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들 기업은 한국기업이 아니다. 외국인 지분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기 때문.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SK텔레콤도 48.2%가 외국인 소유다. 통신업법에 의해 외국인 소유한도가 49%로 제한되어 있어 그나마 지분이 더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
이들 기업들이 한국기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경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핵심기업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제 경영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경영 개입은 물론이고 적대적 인수합병(M&A)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M&A시장은 전형적인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이다. 외국계 사업자들이 이미 종묘(種苗)ㆍ 신문용지ㆍ 맥주ㆍ 살충제 분야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독과점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ㆍ 정보통신ㆍ 철강 등 우리 주요산업의 경영권까지 노릴 수 있다. 형식상 국권은 있으나 경제권을 상실한 멕시코와 같은 품팔이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상일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의 지분증가는 경영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경영권 방어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철과 같이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포철은 이에 따라 회사정관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 우선배정형식의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 놓고 있다.
그러나 전환우선주 발행은 주주 차별 성격이 있어 관련법 위반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적대적 M&A세력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34%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전자도 외국인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 계열분리를 하게 되면 확실한 대주주가 없어 외국인들의 의사에 따라 경영진까지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
현대전자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재의 경영진을 믿고 순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했지만 외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생각해야 하며 M&A을 위한 자본이 아니라 순수한 투자만 해왔던 자본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42%에 이르는 외국인 지분 보유에 맞춰 경영권 안정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외국인 지분 가운데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10%를 확보한데 이어 사실상 계열사인 일본 미쓰비시 지분 4.36%까지 합치면 14.4%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다임러는 앞으로 3년안에 5%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다는 협약을 맺고 있어 최고 19.4%의 지분보유도 가능하다.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다임러가 현대차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현대로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들이 지분은 높아도 투자자의 숫자가 많아 통일된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다 투자관행상 경영권 보다는 투자수익에 무게를 두고 있어 경영권 위협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포철,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40~50%대에 이르러 외국인 1개 주주가 경영권을 갖지 않더라도 입김이 더욱 세질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은 투자메리트가 떨어지면 언제든 보유지분을 매각하기 때문에 경영권 획득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경영권 방어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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