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이 제한시간을 모두 써버렸다. 제한시간은 1인당 3시간 30분. 그것을 최철한은 모조리 쓰고 35분을 더 사용하여 벌점 4점을 선고받았다. 창하오는 벌점 2점. 숨막히는 극한투쟁이다. 흑29로 잡으러 갔다. “느낌상 흑이 이길 것 같다.” 한국기원 검토실에 뒤늦게 들어온 목진석이 하는 말. 현지 검토실의 중국 기사들도 백에게 사는 수가 없다고 보고 있었다. 백대마를 모조리 때려잡는다면 벌점은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잡기만 하면 흑이 20집은 너끈히 이길 것이다. 백32는 암중모색. 이때가 저녁 6시 30분. 쌍방이 수읽기의 피로로 곤죽이 되어 있었다. 40분의 장고 끝에 둔 흑33이 통한의 패착이었다. 참고도1의 흑1로 받았으면 그만이었다. 백34가 놓이는 순간 백대마에 활력이 붙었다. 필연적인 수순에 따라 백50이 마침표가 되었다. 백대마 완생. 원래 창하오의 32는 실수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2의 백1로 몰고 4에 붙이는 것이 맥점이었다. 흑4로 끊어 봐도 백5 이하 15면 깨끗하게 사는 모습. 그러니까 얘기는 이렇게 된다. 창하오의 32로 말미암아 최철한은 다 졌던 바둑을 이기게 되어 있었는데 그 쉬운 수(참고도1의 흑1)를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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