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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골프] 김영재 에이스거래소㈜ 대표
입력2003-11-23 00:00:00
수정
2003.11.23 00:00:00
윤혜경 기자
골프야 미안하구나.
불혹의 나이, 세상물정 알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 또한 깍듯해진 나이지만 골프 너에겐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린 위에 예쁘게 올라가 나를 기다리는 깨끗하고 순수한 하얀 공, 그러나 내 동전 마크는 절대 순수하지 못했었다. 늘 홀에 1mm라도 더 접근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양심을 팔고 벌어들인 퍼팅 거리가 이젠 수십 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구나. 그렇게 버디를 잡아도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그래 잘 했어`라며 기고만장하길 또 십 수년이었다.
힘찬 스윙의 티 샷이 페어웨이 한가운데를 먹줄처럼 날아가는 것을 보며 어깨를 으쓱이며 현장에 도착하여 디보트 자국에 박힌 공을 발견하면 얼른 잔디 위로 끌어올리고 연습 스윙을 가장하여 동반자들을 속이곤 했었다. 그 죄책감에 세컨 샷은 생크, 뒷땅, 오비… 속도 모르고 “드라이버가 너무 아깝다”며 위로하는 동반자를 괜스레 미워하기까지 했다.
숲 속에서 날아간 공과 숨바꼭질을 하면서도 한 손은 주머니에 있는 또 다른 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결국 “주인님, 제발 이것만은…”이라는 너의 기도에 승복, `그래 인정하자`며 뒤돌아선 당연한 행동에도 난 지나치게 뿌듯했었다.
벙커 깊숙이 박힌 공을 보면 `나는 어째 이리 재수가 없을까`라는 깊은 슬픔에 못 이겨 모래 위로 공을 꺼내놓고 다음 샷을 잇는 박애주의적 공 사랑을 보였으나, 집 나간 공은 또 나간다며 내 품으로 돌아온 공을 한번의 용서도 없이 냉정하게 수풀 속, 물 속으로 던져 버리던 나의 소갈머리였다. 내 실수를 캐디에게 전가시켰고, 더블 보기를 보기로 적은 스코어엔 함구하고, 파를 보기로 적은 스코어에는 광분했었다.
돌이켜보니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골프야 정말 미안하다. 쫓기는 일상 중에 언제나 부적 같은 행운과 여유를 주었던 너에게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했구나. 지난 나를 회개하며 이젠 떳떳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너의 앞에 서고 싶구나. 너의 모든 친구들, 잔디, 공, 모래, 숲, 나무, 지렁이까지 사랑할 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되고 싶다. 이제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보련다.
용서해주겠니, 골프야?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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