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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석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급속도로 힘을 잃고 있다. 수장인 강만수 장관에 대해 경질 요구가 잇따르는데다 정부 조직개편 때 총리실에서 가져온 정책조정 기능을 다시 넘겨주면서 위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중경 전 차관이 환율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대리경질되면서 내부 불만도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전국 대학의 경제ㆍ경영학자 118명은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장관 경질을 촉구했다. 이들은 “강만수 경제팀은 무리하게 7% 경제성장을 고집하면서 단기적인 성장률 높이기에 집중했다”며 “특히 인위적 환율상승을 통한 수출증대를 노린 결과 수입물가 및 국내 물가 폭등을 야기해 지금의 경제난국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리한 고환율 정책보다 심각한 것은 일관성 없는 임기응변적이고 소신 없는 정책으로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곤혹스럽고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고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의 책임을 출범한 지 5개월도 안 된 현 경제팀에 지우는 것은 가혹하고 정책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고유가와 전세계적인 신용위축 등으로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 수장의 불신임을 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경질론자의 주요 공격 무기인 환율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당시에는 누가 봐도 환율이 고평가되면서 수출에 막대한 지장을 줬다”며 “정책당국이 이를 지적한 것이지 원ㆍ달러 환율 상승을 유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강 장관 경질 요구는 기본적으로 MB노믹스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질 요구가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는 게 재정부의 고민이다. 또 환율과 물가ㆍ부동산 등 재정부의 정책조율 기능도 떨어지고 있다. 총리실 내 국정운영실의 업무조정 기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재정부 위상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지식경제부가 재정부와 달리 올 하반기 가스 요금을 인상을 시사하는 등 각 부처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임기 초반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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