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버이날을 맞아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뵌 박충식(38)씨는 고민이 생겼다. 아버지가 사물이 뿌옇게 보인다고 한 것을 보면 백내장 증상이 있는 것 같은데 수술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인근 안과에 가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안약을 처방받아 수개월째 투여하고 있지만 증상이 그리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부모님의 건강을 살피려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의 신체 중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은 노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눈이다. 대다수 노인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노안과 백내장으로 인해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백내장의 경우 신중하게 수술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나 자칫 수술 적기를 놓치다 보면 치료가 어려워지는 만큼 의료진으로부터 부모님의 눈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들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병엽 김안과병원 백내장센터 교수는 "백내장이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거나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부모님이 돋보기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눈 찡그림이 심하고 급격한 시력 저하를 호소한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내장은 우리 눈을 카메라라고 했을 때 카메라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생겨 뿌옇게 되고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주로 70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백내장은 통증과 같은 특별한 자각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흐릿하게 보이며 시력이 감소하게 된다.
백내장 초기에는 한쪽 눈의 시력이 먼저 저하되기 때문에 시력 저하를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젊은 40세부터라도 갑자기 눈이 침침해진 느낌이 들거나 시야가 뿌옇고 답답한 느낌, 안경이나 돋보기를 껴도 잘 보이지 않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백내장은 방치할 경우 심한 통증이나 충혈이 발생하고 실명에도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내장의 증상은 수정체 혼탁의 위치·정보·범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초기 수정체 주변부의 혼탁은 시력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혼탁이 동공 부위에 있으면 밝은 곳에서는 몹시 불편하고 근거리 시력이 특히 저하되는 반면 어두운 곳이나 동공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시력이 좋아지는 증상을 보인다. 백내장이 진행돼 전체가 혼탁해지면 시력이 감퇴하게 된다. 부분적인 혼탁이 있는 경우에는 한쪽 눈으로 볼 때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당뇨병 증세가 있다면 백내장 발병률이 5배가량 높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은 "백내장은 특별한 증상 없이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흐리게 보이고 시력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며 "시력이 부쩍 감소하고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백내장이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백내장의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로 나뉘는데 이미 증상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큰 효과가 없다. 약물을 사용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나 시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따라서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수술을 통해 증상을 치료해야 한다.
수술 전 검사로는 초음파, 인공수정체 도수 결정, 망막전위도검사, 안저검사, 세극등검사, 내과검사(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 등을 시행한다. 마취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소 마취만으로 수술을 시행한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백내장 수술 시기다.
50세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백내장 증상이 나타나지만 혼탁이 생긴 위치나 정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력 저하와 진행 정도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시기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백내장 수술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주로 안경을 써도 시력이 0.5 이하이거나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무리가 오면 수술을 받게 되며 교정시력이 0.3 이하일 경우에는 병원에서 수술을 권하게 된다.
예를 들면 교정시력이 1.0 인 50세 고속버스 기사가 수정체 중심에 백내장이 있어 강한 빛에서 순간적으로 심한 시력감소를 나타나는 경우에는 바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같은 상태의 백내장이라도 75세로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서두르지 않고 상태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너무 늦은 나이에 수술을 받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병엽 교수는 "백내장은 국소 마취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하지만 노화로 인한 전신질환이나 치매 환자의 경우 전신 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심리적 신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술 시기를 마냥 늦추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일상활동이 원활할 때 미리 수술을 받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영순 압구정 아이러브안과 대표원장은 "백내장 수술을 미뤄 수정체가 너무 딱딱해지면 초음파로 제거가 힘든 경우도 있다"며 "치료를 미뤄 백내장이 심해지면 불편은 불편대로 겪고 수술도 까다로워지는 만큼 될 수 있으면 늦지 않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백내장의 진행 상태와 시력의 정도, 난시 유무, 환자의 생활 패턴 등을 고려한 맞춤형 백내장 수술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 백내장 수술의 경우 수술 직후 노안이 발생할 수 있어 기존처럼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경우 근거리를 볼 때 돋보기 처방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노안 교정 특수렌즈를 넣는 노안 백내장 수술로 환자들이 돋보기 없이도 신문 글씨를 읽는 등의 근거리 작업도 가능해졌다. 난시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사용하는 경우 백내장 치료는 물론 난시가 심한 환자들도 안경을 벗고 좋은 시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근거리 작업이 별로 없는 어르신들은 주로 일반렌즈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 필요할 때만 가끔 돋보기를 사용하면 돼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박영순 원장은 "아직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중장년층은 특수렌즈 백내장 수술을 더 선호한다"며 "한번 수술로 백내장을 해결하며 매번 돋보기를 썼다 벗었다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안경을 써온 백내장 환자들도 백내장과 노안은 물론, 시력까지 개선할 수 있는 특수렌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후에는 1~3일 정도 안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수술 후 2주 정도는 안구에 물이 닿거나 비누가 들어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에 잘 때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빌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수주 동안 안대를 부착하고 일상 생활시에는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