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베트남 펀드' 백조됐다
'중국·인도·베트남 펀드' 미운오리서 백조로금융위기 이후 반토막났지만미국 등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 이머징 증시 대거 유입 호재최근 1년수익률 최고 28% 운용사 관련 상품 잇단 출시
한동훈기자 hooni@sed.co.kr
지난 2007년 지인의 권유로 베트남 펀드에 거치식으로 500만원을 투자했던 김모(36)씨는 요즘 모처럼 다리를 펴고 잔다. 가입할 때만 해도 고공행진을 벌이던 베트남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며 고꾸라지면서 펀드도 원금의 절반까지 까먹었는데 1년 전부터 조금씩 수익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주당 1만2,000원에 'KINDEX중국본토CSI300' 상장지수펀드(ETF) 1,000주를 매수한 오모(41)씨는 요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화면만 보면 싱글벙글한다. 본토 ETF 가격이 1,000원 넘게 올라 세금을 제외하고 한 달 만에 9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 증시가 오름세를 탄 덕분이다.
금융위기 이후 '반 토막 펀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던 베트남∙인도∙중국 펀드가 최근 이머징 증시 회복에 힘입어 백조로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양적완화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이머징 증시로 계속 흘러들어가면서 올해는 미운 오리 3인방의 투자매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베트남 펀드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35.65%지만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8.64%를 기록했다. 베트남 펀드가 2006~2008년 사이에 대부분 설정된 것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셈이다. 인도 펀드도 최근 5년 수익률은 -30.02%지만 최근 6개월 수익률은 9.16%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 펀드(본토펀드 기준)도 최근 5년간 수익률이 -30.35%지만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1.96%에 이른다.
이처럼 미운 오리 3인방 펀드들이 최근 들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해당국의 증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 1월9일 기준 글로벌 주식형 펀드의 신흥시장 누적 유입액이 2,242억달러에 달해 2001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머징 국가가 상대적으로 선진국보다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통화가치 강세로 환차익을 노린 자금까지 유입돼 증시를 더욱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VN지수와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해 초 대비 각각 28.9%, 27.2% 상승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최근 3개월 사이 19% 넘게 올랐다.
홍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일본을 중심으로 시작된 동시다발적 양적완화로 시중에 대거 풀린 자금이 이머징 국가로 향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머징 증시가 계속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에 편승해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데 분주하다. 우리자산운용은 올해 2월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인도 ETF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ETF는 뭄바이센섹스30지수를 추종한다.
중국 본토 ETF를 두고 대형 운용사들의 치열한 한판 승부도 불꽃을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본토 ETF를 처음으로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오는 21일 중국 본토 ETF를 상장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중국 당국으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외국인투자적격한도(QFII)를 조만간 취득해 본토 ETF 상장작업에 나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CSI300을 추종하는 ETF를 계획하고 있다"며 "보수는 기존 한투운용과 삼성운용보다 더 저렴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도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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