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사들의 대주주 배 불리기 배당 정책이 눈총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성향으로 인해 현금유동성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OCI머티리얼즈는 지난 5일 보통주 1주당 2,8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 총 300억6,086만원을 지급한다. 시가 배당률이 7.78%에 달하고 배당성향은 거의 100% 수준이다.
문제는 배당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실적과도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OCI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주당 750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올해 갑자기 4배 가까이 올랐다. OCI머티리얼즈는 반도체, LCD, 태양광 전지 제조 공정에 사용하는 특수가스를 제조하는 업체로 불황으로 지난해 실적이 반토막 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7%, 당기순이익은 306억원으로 54.3%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고배당 정책을 펴는 것은 결국 대주주 배 불리기 아니냐는 지적을 불러오고 있다. OCI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는 OCI로 49.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배당으로 150억원 가량을 챙긴다. OCI 역시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아 지난해 4ㆍ4분기 6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온기 545억원의 순이익을 낸 OCI는 당기순이익의 30% 가량을 자회사 배당금으로 챙긴 셈이다.
고려아연과 동국산업도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지난해와 동일한 배당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51.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번 배당금액 883억원중 영풍과 특수관계인이 챙길 금액만 45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21.5%, 20.5% 줄어든 7,604억원과 5,677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역시 최근 단기금속가격이 하락하면서 업황이 좋지 않다.
동국산업도 장세희 대표외 특수관계인이 5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 배당금액 59억원 가운데 30억원 넘는 금액을 가져간다. 동국산업의 실적은 더욱 가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56.8%, 64.0% 감소한 141억원과 6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OCI머티리얼즈의 경우 일관된 배당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 의심을 살 수 있는 문제”라며 “모회사의 사업여건에 따라 배당 성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 역시 “회사가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업황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 모회사에서 대규모 현금을 빼 간다면 기업존속가치와 현금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회사의 상황에 따라 배당성향을 크게 변동시키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며 “진성주주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OCI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배당을 늘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배 불려주기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들도 실적이 나쁜데 배당을 많이 한다”고 해명했다.
성시종 기자 s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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