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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 아직 지표상으론 건전하지만…

해외PF·외화유동성·中企대출… "위험 산재"<br>PF 자산유동화CP 17조…최악땐 은행서 떠안아야<br>외화 차입기간 갈수록 짧아져 유동성확보 문제도 심각<br>中企신용리스크 지원 펀드설립은 법안 통과 지연


‘국내 금융시장 과연 안전한가.’ 국내 금융시장에 관련된 각종 위기설이 나올 때마다 금융당국은 한결같이 ‘안전하다’ ‘문제가 발생해도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지표상으로도 아직 국내 금융시장은 건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요소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자나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외화 유동성 문제, 중소기업 신용 리스크 등이 대표적인 위험요소로 꼽히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 등의 지표로만 보면 우리 금융시장은 건전한 모습”이라면서도 “하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둑이 무너지면 손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7조원=금융감독 당국은 국내외 PF대출 리스크에서 제1금융권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 우선 1금융권 PF대출 잔액이 지난 2007년 말 41조원, 2008년 3월 43조원, 6월 47조원으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3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PF ABCP 금액이 17조원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ABCP는 다른 유동화 증권과 달리 발행기관(은행)이 재매입을 약정한 상품”이라며 “결국 건설사 부도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이 이를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17조원의 ABCP는 PF 부실에서 제1금융권도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PF대출 금리도 연 1%가량 올라 건설업체들의 이자부담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등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3월 말 현재 전체 금융기관 PF대출 잔액은 73조원. 금리가 1%만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은 7,300억원 증가하게 된다. ◇외화차입기간 갈수록 짧아져=PF 리스크 못지않게 외화 유동성도 핫이슈다. 정부는 외화 유동성 여건이 연초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가 7월 들어 많이 좋아졌고 외은 지점의 손비인정한도 비율 연장에 따라 달러 유입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외화를 들여오는 데 문제가 없어도 차입기간이 짧다면 상황은 다르다. 가장 최근 자료인 3월 평균 단기외화차입기간은 104일. 2007년 12월 155일에서 올 1월 101일, 2월 122일에 이어 점차 단기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을 대상으로 조만간 서베이를 실시할 예정인데 100일 미만으로 짧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줄어든 차입기간 등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는 금융기관이 최근 공동으로 외화자금 조달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사실도 외화 유동성 확보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원화가 국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달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지표상보다 외화 유동성은 더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신용 리스크도 문제=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으로 정부는 한계 중소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중소기업발 신용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율 워크아웃 협상, 무분별한 대출회수 금지 등을 금융기관에 주문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따라 내년에 한국개발펀드(KDF)가 탄생하면 10조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고 있다. 10조원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할 경우 100조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KDF가 내년에 설립되기 위해서는 하반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내년 출범을 담보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언제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숨겨진 부실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하반기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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