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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패딩 유혹이 강렬해지고 있다. '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등 고가 패딩 열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면서 기존 브랜드에 식상한 부유층들이 국내 미입고된 '레어템(희귀 제품)'에 홀딱 빠졌다. 몽클레르와 캐나다구스에 수백만원을 지불했지만 일명 '흔템(흔해진 아이템)'으로 전락하면서 덜 알려진 '낯선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서다.
몽클레르·캐나다구스·노비스·무스너클 등은 지난해 아웃도어와 생산유통일괄(SPA) 브랜드가 양분했던 다운점퍼시장에 틈새시장을 형성하며 고가 패딩 광풍을 몰고왔다. 특히 100만원 이상의 캐나다구스와 몽클레어는 중고생 사이에서 '캐몽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고가 국민 패딩으로 등극했고 이들과 흡사한 미투 캐주얼 점퍼들도 쏟아졌다. 여기에 소셜커머스와 대형마트 등 병행수입을 통해 캐나다구스가 대량 방출되며 브랜드 희귀성이 떨어지자 신규 브랜드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
돈 쓸 준비는 돼 있지만 똑같은 제품을 거부하는 부유층의 지갑을 열기 위해 백화점 업계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패딩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이며 여름부터 매장을 속속 오픈, 고가 패딩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물량이 모자라 아쉬움을 샀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장 오픈시기도 9월 말에서 지난달 말로 한 달 이상 앞당겨 물량을 늘렸다. 지난해 브랜드별로 200~300% 이상 성장하는 등 고가 패딩이 겨울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를 지난해 4개에서 올해 8개로 늘리고 매장 규모는 4배 이상 확대했다. 또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에르노·CMFR·울리치·포체 등을 대거 선보이며 패딩 전쟁에 불을 붙였다. 패션피플 사이에서 '청담 패딩'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에르노'는 오는 12일 단독으로 문을 열며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을 창립한 마크 페로가 새로 내놓은 'CMFR'도 이달 국내 첫 출시된다. 평균 350만대이며 650만원짜리 고가 품목도 꽤 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0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패딩으로 알려진 이탈리안 고급 아우터 브랜드 '미스터&미세스퍼' 단독매장을 전세계 처음으로 본점과 강남점에 연다. 주 가격대는 300만~700만원대로 모피 종류에 따라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캐나다 패딩 브랜드 '노비스', 이탈리아 패딩 '몬테꼬레'와 '파라점퍼스', 캐주얼 패딩 '피레넥스' 등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된 브랜드도 속속 내놓는다.
몽클레르 인기도 여전하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몽클레르 남성 자코브 블랙컬러(227만원)와 여성 제네브리 블랙컬러(257만원) 주요 사이즈의 경우 1차 물량이 품절되는 등 이미 80% 이상 판매됐다.
갤러리아는 지난해보다 15%가량 물량을 늘린 '노비스'가 오픈 3일밖에 안됐지만 반응이 좋아 지난해 수준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브랜드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아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층에게 인기를 끌며 노비스가 올해 '제2의 몽클레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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