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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의 올해 도로건설사업 예산은 2,202억원. 그러나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지역별로 예산을 배분한 후 경제자유구역 인프라 구축에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200억원 정도다. 정부가 지방정부가 투자하는 만큼 매칭펀드로 지원한다지만 부실한 지방재정을 감안하면 10년은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선택과 집중 없이 세월만 보내다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허브 경쟁에서 밀려날 게 분명하다. ◇’넛크래커’ 우려 현실화할 지도 = 세계 3위의 물동량 처리를 자랑했던 부산항은 지난 2003년 중국의 상하이, 센젠에 밀려 5위로 추락했다. 연간 30%이상 급증하던 환적화물은 중국항만의 고속개발로 직기항이 늘면서 2003년이후 한 자릿수 증가세로 위축됐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5월 주한 외국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항 환적화물이 절반이하로 줄 것이라는 응답이 23.5%나 됐다. ‘10년 후에는 급성장하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치여 넛크래커(Nut-cracker, 호두까기) 속의 호두로 전락할 것’이란 경제자유구역 도입당시의 위기감이 현실화할까 우려되고 있다. 전일수 인천대 물류대학원장은 “지금 같은 정책 속도로 나간다면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로 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정책, 의식에 있어서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북아 허브 경쟁은 ‘속도 게임’= 중국은 지난 1995년이후 200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8.4%씩 성장했다. 기술력도 우주항공 등 99개 미래 핵심기술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불과 2.1년 정도로 좁혀졌다. 특히 물류ㆍ비즈니스의 중심이 되는 상하이의 푸동특구는 강력한 중앙 정부의 주도아래 직접투자와 외자유치를 통해 인프라 구축은 물론 오피스 등 도시건설을 거의 완성한 상태다. 동북아 기간항만의 축에서 밀려났던 일본도 전국 항만을 3개로 통합 관리하는 슈퍼중추항만제도와 경제특구제도를 도입해 동북아 물류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홍콩도 역내에 지역본부를 두면 중국 시장에 100% 투자법인 설립이 가능토록 중국과 긴밀경제파트너협장을 체결, 외자기업 유치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동북아 허브를 겨냥해 저마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 건설은 예산도 쥐꼬리만한데다 추진력이 없어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경쟁력 있는 1~2곳에 심혈을 기울이자= 이미 제조업은 국내에서 첨단산업을 제외하곤 설 땅이 없다. 청년실업률 고공행진을 감안할 때 서비스 산업에서 돌파구를 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경제자유구역은 중요하다. 싱가포르가 물류에 이어 교육ㆍ의료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을 살펴야 한다.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주도했던 전윤철(田允喆) 감사원장은 지난해 8월 “경제자유구역이 중복투자 등으로 문제점이 많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인천은 한국을 상징하는 특구로 집중지원하고 부산과 광양은 항만을 이용한 기계장치 재조립 및 재가공 산업지대로 특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발언을 곱씹어야 할 때다. 당초 송도를 중심으로 인천에만 지정하려다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입김으로 3곳으로 지정돼 잘못된 길을 걸은 경제자유구역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은 "경제자유구역은 한국 정부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중앙정부가 경제자유구역 한 곳을 선정, 우선권을 준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일 시점에 왔다"고 강조했다./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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