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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003600)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 올 2·4분기에 무려 1조원에 가까운 9,87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1·4분기 영업이익(1조3,562억원) 이후 역대 분기 사상 두 번째로 높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의 예상치(7,000억~8,000억원)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지난해 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로 37년 만에 적자를 내 정유업계 '큰 형님'으로서의 체면을 구겼지만, 불과 1년도 안 돼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실적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주력 사업군인 정유 사업이 부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1·4분기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정유 사업은 지난해 2·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4분기에는 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 손실까지 크게 늘어 지난해 한 해에만 1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제 유가가 완만히 오르면서 지난해 2·4분기 배럴 당 4.8~6.5달러 수준이었던 정제 마진이 올 상반기에는 7.4~9.3달러까지 개선된 데 힘입어 1·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4분기에는 7,54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모처럼 주력 사업군의 체면을 살린 셈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이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제 마진 개선 등 외부 환경 변화뿐 아니라 올해 초부터 진행된 전사적인 수익구조 개선 노력도 큰 힘이 됐다. 올 초 SK이노베이션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정철길 사장은 동북아 정유 사업의 열위와 역내 공급 과잉 등 구조적 위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하고, 비핵심자산 매각과 부채비율 축소를 통한 유동성 확보 등 장기적 생존 기반 확보에 주력했다. 아울러 생산공정의 효율화와 원유수입 다변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종합적인 노력으로 실적이 좋아지면서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7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올 2·4분기에는 6조3,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119%까지 높아졌던 부채비율도 2·4분기에는 104%로 급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6월 평가 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 감축을 시도한 점은 신용등급 전망에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차입금 등 재무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잇따른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올 3·4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는 점은 앞으로 주가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페루 가스수송법인 지분 전량을 매각해 2억5,100만 달러(약 2,78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달 초에는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세계 2위 석유화학기업인 '사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넥슬렌 관련 기술과 공장 자산을 넘기고 5,4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를 통해 확보된 현금은 올 3·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실적과 재무구조를 동시에 개선하는 데 성공하면서 증권사들도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7,768억원으로 지난해 적자에서 벗어나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주가(9만7,700원)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에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개선과 더불어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 비핵심사업 축소 등 신임 CEO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정유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부문의 이익 반등 가능성과 잠재적인 정제 마진 상승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5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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