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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히 채운 나무가지ㆍ인생 비우기

심수구의 작업은 싸리나무의 잔가지를 횡단면으로 켠 토막들로 화면을 빽빽하게 채워넣는 것이다. 갤러리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들은 크고 작건 간에 엄청난 노동량을 짐작케 하면서 `대단하다`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을까`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짧게 잘린 가느다란 싸리나무가 캔버스에 빼곡히 빈틈없이 박혀있어 작업량에 놀라지만, 멀리서 바라다보면 하나의 일정한 색이나 선, 그리고 구릉등을 느끼게 하는 깊은 입체감에 또한차례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게한다. 그의 엄청난 작업량에 외국 관람객들도 감탄을 하고 한점씩 사기도 했다. 지난달 스페인 아르코 아트페어에서 10점에 가까운 작품이 팔리는 즐거움을 맛봤다. 그가 지난 21일 막을 내린 한국현대미술제에 이어 16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 갤러리 우덕에서 `심수구 초대전`을 갖는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교수)는 그의 작업을 `나무심기`라 한다. 뿌리가 잘리고 몸통에서 분절되어 나온 토막난 줄기들이 일정한 크기로 잘려져 빈 공간에 꽂혀진다. 그는 대지에 심어져야 하는 나무를 평면의 틀 안에 가득 채워 넣는다. 빼곡히 사각형의 화면을 채워나간 이 나무는 나무이면서도 나무를 은연중 지워나간다. 일정한 평면의 피부 위에 자잘한 나무토막들이 직립으로 꽂혀있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자잘한 나뭇가지들을 만지고 붙여 나가다 보면 종국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조차 망각한다. 이념, 사상, 거창한 논리, 개념이 불식되고 지워지고 오로지 헛되고 소모적인 시간과 노동으로 꿰매진다. 무의미하고 수고로운 노동과 순간의 쾌락이 역설적으로 상투화되고 관습적인 미술의 틀들을 유쾌하게 모반해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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