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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도핑기법 스포츠계 뒤흔드나

올림픽이 코 앞인데… 운동능력 극대화 유전자등 이용땐 적발 힘들어<br>근육등 만드는 줄기세포 활용하면 탐지돼도 부정행위 가리기 "불가능"<br>베이징올림픽 기점 첨단도핑 만연 우려… 체육기관들 차세대 검사기술 개발 매진

앞으로는 줄기세포와 유전자 조작으로 신체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인공 신경화학물질을 통해 아이스하키 골키퍼의 운동감을 향상기키면 퍽이 아무리 빨리 날아와도 손쉽게 잡아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줄기세포로 근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줄기세포 요법을 활용하면 원하는 근육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

8일 개막되는 제29회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첨단 도핑 기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역시 첨단 도핑 기술로 무장한 선수들이 등장, 메달을 휩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포츠의 역사는 도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초로 만든 흥분제를 복용했던 로마시대의 검투사들이 중추신경 흥분제와 브랜디를 섞어 마시는 요즘의 장거리 육상선수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처럼 운동선수들은 더 강해지고, 더 빨라지기 위해 항상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반(反)도핑 기술의 발전에 맞서 도핑 기술 또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줄기세포ㆍ유전자ㆍ신경화학물질 등을 이용한 첨단 도핑 기법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첨단 도핑 기법은 스테로이드나 성장 호르몬 같은 기존 약물 도핑과 달리 적발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스포츠, 그리고 도핑의 역사 현대의 운동선수들은 어떤 의미에서 과학자와 다를 바 없다. 첨단 과학기술 및 장비를 동원, 자신의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하루에도 수많은 임상 테스트를 실시한다. 경기장과 TV 화면으로 목격하게 되는 선수들의 모습은 이 같은 노력과 땀의 결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을 뒤로하고 오직 시상대 정상에 서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여 손쉬운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일시적으로 약물의 힘을 빌리는 ‘도핑’이 바로 그것이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적발하기 위한 검사가 실시되고 있지만 도핑의 유혹에 빠지는 선수들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 도핑 테스트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반도핑기구(WADA) 등 각국의 체육기관들은 앞으로 출현할지 모를 차세대 도핑 기법들을 파악하고 이를 적발할 수 있는 검사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미래의 도핑 기술이 유전자나 줄기세포ㆍ신경화학물질 등 선수 본인의 생체물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확실하다는 것. 이 생체물질들은 지금의 도핑 재료인 약물과 달리 과학적으로 도핑 전후의 차이를 구분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발될 우려가 전혀 없는 도핑 기술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전자 치료기술 이용한 유전자 도핑 유전자 도핑(gene dorping)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활용한다. 인체의 운동능력 향상을 유도하는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주입한 뒤 사람에게 주사함으로서 원래의 유전자와 교체하는 방식이다. 낭포성섬유증 등 유전 질환의 치료를 위해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유전자 치료 기술을 도핑에 접목한 것. 이렇게 유전자가 대체되면 인체 세포들은 새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신속히 강인한 신체를 만들어낸다. 특히 주입된 유전자는 세포 안에서 스스로를 복제, 도핑 선수의 정상 유전자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원래 유전자와 새 유전자의 식별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제29회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유전자 도핑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2년 전부터 제기됐다. 당시 독일의 육상코치 토마스 스프링슈타인이 적혈구 생성 촉진을 통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증진, 근력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레폭시겐 바이러스를 구하려다 체포됐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눈앞에 둔 지금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사실 유전자 도핑이 이뤄지더라도 지금은 이를 적발할 기술조차 없다. 다만 유전자 도핑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유전학자 테오도어 프라이드만 박사는 “유전자 치료 성공 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유전자 도핑은 극도로 어려운 기술”이라며 “2012년 런던 올림픽 이전에 쓰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현재 WADA를 중심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유전자 도핑 식별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전달 매개체인 바이러스를 검출하거나 유전자를 주입할 때 체액에 나타나는 부산물을 찾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도핑 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료와 도핑 경계 모호한 줄기세포 요법 줄기세포의 응용 분야는 가히 무한하다. 암ㆍ신경질환 등 각종 질환의 치료는 물론 연약한 근육과 뼈의 밀도를 높이거나 실험실의 배양접시 위에서 인체 장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무궁무진한 활용성은 도핑의 재료로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부상을 입었거나 잦은 연습과 경기출장으로 혹사당해 망가진 몸을 원상회복하고 싶은 선수들에게는 더없이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줄기세포 도핑은 두말할 나위 없는 부정 행위다. 하지만 이 또한 기술적으로 도핑 여부의 탐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정형외과 교수인 크리스 에반스 박사는 “줄기세포 요법 자체가 본인의 세포를 사용하는 탓에 도핑 여부의 탐지는 소름끼칠 만큼 난해하다”며 “단지 선수들이 자녀의 제대혈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를 사용한 경우에는 조직 유전자가 달라 DNA 테스트로 적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령 기술 개발을 통해 줄기세포 도핑 탐지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정상적 의료 행위와 부정한 의도의 도핑 행위를 구분 지을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농구선수가 부러진 발가락뼈를 치료하기 위해 줄기세포 요법을 시술받았다면 이를 도핑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의료 행위로 봐야 할까. 지금까지 누구도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에반스 박사는 “향후 10년 내에 줄기세포 요법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장벽들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치료와 도핑의 경계를 합리적으로 규정하는 논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극강의 경기력, 인공 신경화학물질 도핑 NBA 보스턴 셀틱스의 전설적인 스타 래리 버드는 “전성기 시절, 고도의 긴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모든 주변 사물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리게 움직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덕분에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정확히 읽고 한발 앞선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것. 지난 30년간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느낌’의 실체를 추적해온 과학자들은 최근 이것이 신경화학물질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이들은 버드의 경우 천연 도파민의 다량 분비에 따른 결과로 진단한다. 도파민은 그 자체로도 근육의 반응속도를 높이고 시간 감각을 바꿔주지만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 주의력과 집중력을 증대시키고 인체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천연 신경화학물질의 분비를 촉발한다. 미국 템플대학의 스포츠 심리학자 마이클 삭스 박사는 “아직 이 이론이 사실인지, 신경화학물질이 얼마나 분비돼야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금메달을 따낼 정도의 선수들은 종목에 관계없이 신경화학물질의 도움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고, 각 신경화학물질의 정확한 역할이 밝혀진다면 이를 모방한 인공 신경화학물질이 개발돼 도핑에 쓰일 것임은 너무나 당연하다. 약리학자들은 수년 내 신경화학물질과 경기력 사이의 연관관계가 확인되고, 15년 이내에는 인공 신경화학물질의 합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WADA는 바로 이 같은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이를 적발하려면 경기력을 향상시킨 호르몬의 분비가 천연 신경화학물질에 따른 것인지 인공 신경화학물질에 따른 것인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탓이다. 삭스 박사는 “인공 신경화학물질도 자연 상태에서 분비된 것과 완벽히 동일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를 구분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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