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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장주의자' 입지 약화 조짐
입력2004-06-03 19:18:49
수정
2004.06.03 19:18:49
분양원가 공개 철회등 정책라인 혼선… 당일각선 문책론까지 제기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국회의원 A씨는 요즘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있다. 겉으론 입장 정리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젊은 친구들한테 성토를 당할까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놓고 불거진 우리당내 불협화음은 이른바 ‘시장경제파’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직관료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장파가 장악하고 있는 정책라인이 당내 소장파로부터 집중 성토되면서 “개혁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재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 일각에서는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야 한다거나 담당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등 강경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당 지도부는 3일 논란을 빚었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이는 당의 원칙이자 총선공약”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신기남 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총선때 공약은 합리적 이유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바꾸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천정배 대표가 2일 부대표들과 가진 회동에서는 정책위원회가 당정협의에서 정부측 논리에 힘없이 끌려갔다는 비난도 거세게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80%가 넘는 의원들이 원가 공개에 찬성하는 당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라면서 천 대표도 정책위원회에 상당히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 정책위원회에 대한 개혁파의 견제구도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신 의장은 “앞으로 당의장이 중심에서 서서 당의 강령,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방향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 정책활동의 자율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얘기다.
원내 부대표의 정책위에 대한 직할관리도 한층 제고된다. 천 대표는 “부대표단이 상임위에서 법안 하나, 의안 하나를 잘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정책위의 자율적인 결정이나 정책 입안기능이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시장주의자들로 채워진 정책위 면면에 비판적인 소장파의 시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에서 주창하는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인사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정책위에는 재무부 출신인 홍재형 의장과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이계안 2정조위원장,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안병엽 3정조위원장 등 보수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분양가 공개가 선거 때 정치논리에 휘말린 것이라며 개혁성을 거론하기 보다 경제적 득실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반대여론이 거세긴 하지만 누구라도 꼼꼼히 따져보면 분양가 공개 보다 원가 연동제가 휠씬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도 3일 “원가 연동제가 궁극적인 목적인 집값 안정에 더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기존 정부 입장을 굳히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분양원가 파동은 그나마 민생 경제 회복을 내걸고 당내에서 조금씩 목소리를 키워나가던 시장파들을 다시 움추려들게 만들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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