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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화가 전수천의 밀레니엄 드림

『태양이 작열하는 황갈색의 사막, 연녹색의 생명감이 넘치는 숲, 도시의 마천루 사이를 뚫고 한민족을 상징하는 백의(白衣)열차가 달리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백의 열차의 행렬을 따라 영화·연극·미술 등에서 우리나라의 혼을 알려주는 갖가지 예술 행사가 펼쳐지는 것입니다.』지난 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던 화가 전수천씨(52)가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간직하고 있는 꿈의 한자락을 이렇게 펼쳐놓았다. 전수천씨가 얼마전 미술담당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이같은 계획은 언뜻 듣기에 황당해 보이기도 하고 그저 단순한 몽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수천씨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힌 프로젝트의 내용은 무척 흥미로왔다. 백의 열차는 새천년의 첫번째 개천절인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린다. 대륙횡단열차 암트랙(AMTRACK)의 3량을 임차해 한민족의 상징인 흰천으로 휘감은채. 열차 3량은 영상관, 예술문화관, 공연관으로 꾸며지며 중간, 중간 기착지마다 한국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공연활동도 벌이며 미술전시도 이뤄진다. 한마디로 한민족의 얼을 알리는 총체적 퍼포먼스인 셈이다. 제목은 「영원히 달리는 민족비전의 선.」 문제는 돈이다. 작가는 얼추 10억원 가량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전수천씨는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흔히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고들 하지만 90년대 초 그 나라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적 편견을 심하게 느꼈습니다. 자존심이 엄청 구겨졌죠. 그 때 느꼈던 감정의 앙금이 깊었던지 오래전부터 미국인 특히 백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당당함을 알리는 프로젝트로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또한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백의 열차 프로젝트는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다. 전수천씨의 이같은 아이디어는 어느날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90년대 초에도 이와 똑같은 프로젝트를 밝힌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작가의 지명도가 떨어지고 행사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언제까지나 몽상으로만 남았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전수천씨의 꿈은 엉뚱하게도 91년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둔갑해 국내용 문화열차 행사로 변질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에서 활동하던 전수천씨가 갑자기 귀국하는 바람에 문화부의 아이디어 도용이 들통나 정부에서 부랴부랴 전씨에게 아이디어 사용료 200만원을 지불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10년이 넘게 간직해온 야심찬 백의 열차 프로젝트를 새 밀레니엄에는 기필코 실현시키겠다는 전수천씨의 다짐. 그의 밀레니엄 드림이 실현되었을 때의 즐거움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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