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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행 버스 타는 한인노인 하루 4백명
입력2003-07-10 00:00:00
수정
2003.07.10 00:00:00
카지노 관광버스를 이용해 도박장을 찾는 한인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몇 년 전만 해도 한인타운에서 출발하는 카지노행 관광버스가 하루 한 두 대이던 것이 지금은 10여편에 달하고 있다.
올림픽 블러버드상의 한남체인 앞에는 평일이면 오전 7시와 오후 7시 두 차례씩, 주말에는 하루 세 차례씩 카지노 관광버스가 손님들을 가득 싣고 출발한다. 매일 400여명의 한인 노인들이 카지노행 버스에 몸을 싣는 셈이다. 한인타운내 카지노 여행 전문업체 뿐 아니라 중국계 여행사와 라틴계 관광회사도 한인타운까지 진출, 한인 노인들을 상대로 소보바, 모롱고, 페챙가 등 당일 코스를 운행하고 있고 1박2일 라스베가스 코스도 여전히 성업중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고 관광회사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이와 관련한 문제점들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한인 노인들 사이에 일일 카지노 여행이 성행하면서 도박 중독에 빠지고 이로 인해 웰페어까지 날리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남체인의 한 경비원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한숨을 푹푹 쉬던 노인들이 다음날에는 버스 값을 마련하기 위해 푸드 스탬프를 들고 마켓 앞을 서성거린다”며 “웰페어를 받으면 몽땅 도박장에 갖다 바치는 노인들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지노 관광을 통해 20만 달러를 날렸다고 밝힌 50대의 정모씨는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거의 매일 출근하는 중독자들”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한인 노인들은 관광사의 대우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아파트 친구들과 가끔 카지노에 간다는 최모(76) 할아버지는 “라스베가스 여행을 갔을 때 새벽까지 호텔 방 열쇠를 주지 않아 잠도 못 잤고 출입도 제한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 “가이드들이 씀씀이가 큰 중국계에는 친절한 반면 우리는 짐짝 취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노인 카지노 관광이 호황을 누리는 데에는 한인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이들을 위한 여가 공간 부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당사자들 및 관련자들의 지적이다.
한편 한번 갈 때마다 30달러 내외의 돈을 쓰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그 돈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일부 한인은 소일거리 제공 차원에서, 심지어는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노부모에게 카지노 관광을 권장하기도 한다고 한다.
지체장애도 앓고 있는 한 할머니는 “한인사회에서 노인들을 위한 장소나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누가 눈치 받으며 카지노를 들락거리겠냐”고 반문했다.
<이의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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