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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CEO포럼] 모디-재계총수 분단위 회동… 현대차 3공장·포스코 자동차 강판사업 논의

두산·삼성·LG전자·롯데 등 잇따라 면담<br>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사설립 요청도<br>"인도 투자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 축사

오후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선박건조 현장을 찾아 최길선 회장과 조선업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한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디 총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났다.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방한 일정 마지막 날인 19일 삼성전자와 현대차·LG전자·포스코·현대중공업·두산·롯데 등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끌고 있는 핵심 기업 총수들과 일일이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모디 정부는 제조업 육성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걸고 자동차·전자·신재생·발전·화학 등 25개 산업 분야에 대해 활발한 투자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인구 12억명에 달하는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투자를 원하는 인도와 투자를 하고 싶은 한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이 날 만남에서는 현대차 인도 3공장과 포스코 인도 서부 냉연사업 등 다양한 협력 방법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모디, 분 단위 쪼개 재계 총수 만나…울산 조선소까지 들러=1박2일의 짧은 방한 일정이지만 제조업 육성에 사활을 건 모디 총리는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국내 기업 총수를 만나는 데 일정 대부분을 할애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모디 총리를 만났다.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인도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나온 박 회장은 모디 총리가 포럼 축사를 하기 전 20여분간 따로 만나 인프라와 발전소 등에 관해 논의했다. 박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두산그룹이 만들고 있는 건설기계와 전차 등의 모형을 선물했다. 모디는 이후 남대문 밀레니엄서울힐튼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디 총리로부터 인도 3공장 신설에 대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검토 중"이라며 최종 결정을 미뤄뒀다. 인도 3공장 신설은 시급 현안이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정 회장에 이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과 함께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연구개발(R&D)과 가전 생산기지 확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지 사업 현황과 투자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다양한 현지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1990년대 말 롯데제과의 제품 수출로 인도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4년 롯데제과가 현지 제과업체인 패리스를 인수해 국내 식품 기업으로는 가장 먼저 인도에 진출했다. 롯데제과는 델리 지역에 새 초코파이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오는 7월 완공 예정이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대표인 신종균 사장과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도 모디 접견 대열에 동참했다. 신 사장은 "삼성이 1995년 인도에 진출한 뒤 단말기를 팔고 있고 네트워크도 깔고 있다"면서 "인도와 삼성이 잘 협력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모디 총리와 만났으며 인도의 선박 건조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인도 서부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하공정 사업 협력을 당부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마하수트라 냉연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서부지역에도 관심이 매우 크다"며 "다른 산업들이 이 지역에 진출하면 공장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또 냉연공장에서 인도산 소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을 모디 총리에게 전했다.

총수들을 잇달아 만난 모디 총리는 오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날아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조선업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20여분간 조선소를 둘러봤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에도 울산까지 가 조선소를 볼 정도로 모디 총리의 제조업 사랑은 남달랐다.

이날 모디 총리를 찾은 인사들 가운데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눈에 띄었다. 최 이사장은 "철도나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해달라고 제안해왔다"며 "인도에 국민연금 지사를 설립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인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국-인도 기업 간 소통기구 'CEO 포럼' 출범=이날 오전에는 한국과 인도 양국 기업인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한-인도 CEO 포럼'이 출범했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소통 채널을 열고자 1년여 준비한 끝에 이룬 결실이다. 포럼 공동위원장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인도 최대 글로벌 기업 아디티아비를라그룹의 쿠마르 비를라 회장이 맡았다.

출범식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등 한국 측 200여명과 조츠나 수리 인도상의 회장, 싯다르트 비를라 엑스프로인디아 회장 등 인도 측 100여명이 참석했다. 양측은 경제협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이자는 목표에 합의했으며 한국 기업인은 인도 정부에 행정절차·세무조사 간소화와 자의적 법규해석 자제, 체계적 인프라 구축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인도의 모디노믹스와 한국의 경제혁신3개년계획이 세계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는 새 구심점이 되길 기원한다"며 "양국의 제조업 혁신 대책을 서로 연계하고 공동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협력을 고도화한다면 두 나라 모두 제조업을 통해 새 성장 엔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제조업 △정보통신기술(ICT) 등 창조경제 △에너지 신산업 분야 등 양국 간 미래 경제협력 방안 3가지를 제안했다. 이어 모디 총리는 3분간 배정된 축사 시간을 20분으로 늘려 "인도를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새만금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양국이 윈윈 정신을 갖고 상호 노력해나갈 수 있다"고 말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간척사업으로 불리는 인도 칼파사르 프로젝트(10조원 규모)에 우리나라의 새만금 사업을 적용하고 한국기업들의 사업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용만 회장은 환영사에서 '힘을 합치면 강해진다'는 힌두 속담을 인용하며 "아시아 3·4위 경제대국인 양국이 굳건한 파트너로 힘을 합친다면 아시아 시대의 주역으로 함께 우뚝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출범식에서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현대차 사례와 인도 진출 전략 등에 대한 세미나가 함께 열렸다. 오후에는 기업 간 1대1 비즈니스 미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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