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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원전센터 부지 선정
입력2004-09-16 07:30:51
수정
2004.09.16 07:30:51
지난 5월 7개 시.군 10개 지역 주민들의 유치 청원으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 부지선정이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부안 사태를 교훈삼아 올해는 주민들의 유치청원과 주민투표를 추진 일정에 넣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채 18년간의 숙원사업이 공전할 위기에 놓였다.
◆ 왜 표류하나
정부는 이번 원전센터 부지선정 과정에서 지난해 부안사태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반성했다고수차례 강조했다.
지자체장의 신청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던 지난해의 경우 지역 의회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만큼 올해는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추진과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의사를 결집하고 지자체장은 이런 주민들의 찬반의견을 수렴해 예비신청으로 원전센터 유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예상은 완전히 과녁을 빗나갔다.
유치청원서를 낸 지역별로 지자체와 의회, 주민, 시민단체의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어느 지역이든 찬반양론이 비등, 지자체장들이 감히 예비신청을 할 엄두를 내지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는 원전센터 유치에 대한 지자체장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주민투표에 앞서 예비신청을 하도록 했지만 주민투표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예비신청을 할용감한(?) 지자체장은 없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유치청원서 접수후 예비신청에 앞서 주민투표를 실시토록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랜 세월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누적된 가운데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를 설득시키지 못한 것도 정부로선 뼈아픈 패인이다.
원전센터 추진에 나선 지난 86년부터 18년간 안면도, 울진, 굴업도, 부안 등을전전하면서 정부는 원전센터 건설의 시급성을 호소했지만 폐기물이 넘쳐 문제가 된적은 없었다.
정부는 이번에도 연내 원전센터 부지가 선정되고 늦어도 내년초 착공하지 못할경우 2008년 울진원전의 폐기물 임시보관시설이 포화상태가 돼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공기단축과 폐기물 압축기술 등에 따라 1-2년간의 여유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시민단체는 정부를 불신한 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원전 건설 추진 중단과 부안 백지화 등을 내세웠고 이는 결국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만 증폭시킨 셈이 됐다.
◆ 앞으로 어떻게 되나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다.
전북 부안군 위도를 단일 후보지로 선정, 주민투표 등 남은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과 모든 일정을 백지화하고 여당과 시민단체가 제안한 공론화 기구에 참여해국민적 합의를 통해 새 부지 공모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쉽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릴 수 있는 상황이아니다.
어느쪽을 택해도 위험부담과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안을 선택할 경우 이미 지난해 폭력 사태로까지 비화됐던 경험이 있고 반대여론이 워낙 강해 주민투표를 실시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시간만 낭비하는꼴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부안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부안카드만 가지고 일정을 추진하는 건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공론화 기구를 출범시키는 경우도 정부는 당초 부안을 예비신청 지역으로 간주하고 후보지에 포함시켰던 방침을 스스로 뒤집는 격이돼 정부의 신뢰감을 실추시킬 우려가 크다.
더욱이 늦어도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내건 정부로선 공론화를 통해 시민단체,국회와 합의가 도출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는 당분간 부안 카드를 버리지 않은 채 주민투표 실시를 모색하고 동시에 시민단체와의 합의를 위해 공론화 과정을 밟아가는 '양다리 걸치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도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입장과 향후 추진 방향을 밝힐 예정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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