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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위험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는 것을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견사불구(見死不求)에 대한 죄’를 신설하자는 문제는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20일 현지언론에서 보도했다. 이웃의 불행에 대한 무관심이 도를 넘어 사회윤리까지 해치고 있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달 13일 오후 광둥성 포산(佛山)시의 한 시장 골목에서 혼자 놀던 두 살배기 왕모양이 두 번이나 차에 치여 쓰려져 있는 동안 이 아이 주변에 있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18명이나 됐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나서지 않아 결국은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둥성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 19일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행위를 비난하고 의용정신을 고취하자’는 주제의 대토론회를 열어 ‘견사불구죄’ 입법 문제 등을 논의한 뒤 시민들에게 의견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 광둥성의 저명 법률가인 주융핑(朱英平)에 따르면 오는 11월 설립되는 광둥성법학회법률학연구회는 첫 프로젝트로 ‘견사불구 행위에 대한 연구 및 입법 추진’을 선정하고 ‘견사불구’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부 중국 법률학자들도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방치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면 무관심한 중국인들의 사고를 개선하고 의용정신을 북돋으려면 ‘견사불구’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경우 자신이나 제3자가 위해를 당할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위급한 사람을 돕지 않고 방관하면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형법의 규정과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돕는 행위를 장려하는 미국, 캐나다, 유럽 다수 국가의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 등을 감안해 관련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법학자, 중국 매체들은 ‘견사불구’ 입법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77%가 ‘견사불구’를 처벌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고 광주일보(廣州日報)가 전했다. 이들은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돕는 것은 도덕행위의 일종인데 도덕행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법정신에 맞지 않으며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견사불구 법이 시행되면 정작 나서야 될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등 상당한 부작용과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 이 법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견사불구’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은 ‘야오(葯)’과 같은 작품을 통해 같은 민족의 불행에 무관심한 중국인의 이중적 심성을 질타하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선 32명의 대표가 형법에 ‘견사불구’ 죄를 신설하자고 주장했고 지난 2009년엔 대학생 3명이 물에 빠진 소년 2명을 구조하려다 익사했는 데도 정작 주변에 있던 어부는 모른 체 했던 사건을 둘러싸고 ‘견사불구’ 입법 논란이 재차 뜨겁게 일었다. 중국인이 고령의 노인이 길에 쓰러져 호흡곤란을 겪고 있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죽어가는 데도 무관심한 것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들을 돕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신체 및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 등의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데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 게 올바른 처세술이라고 믿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어지간하면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 현재 언론 매체나 누리꾼들은 ‘견사불구’ 입법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과거에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흐지부지된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뜨거운 논쟁의 흔적만 남기고 유야무야되거나 아니면 의용정신을 고취하는 법안이 대체입법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지난달 13일 광둥선 포산시의 한 시장골목에서 혼자 놀던 두살배기 여자아이가 뺑소니차량에 치여 쓰러졌지만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은 누구도 돕지 않았고 아이는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 장면을 촬영한 CCTV 확인결과 18명이 다친 아이의 곁을 그냥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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