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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애물단지 민간이양“부담벗기”/「한보철강 연내 매각방침」의미
입력1997-03-07 00:00:00
수정
1997.03.07 00:00:00
한상복 기자
◎공기업화땐 조기 경영정상화 보장못해/당국포철 사전조율 거쳐 가닥잡은듯김만제 포항제철회장이 지난 5일 『한보철강 당진공장을 조기 정상화시켜 올해안에 민간기업에 인수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한보철강의 공기업화 보다는 제3자 인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시사로 분석, 관심을 끌고 있다.
재계는 김회장의 이날 발언을 「개인 의견피력」보다는 정부와 충분한 사전조율을 거친 것으로 제3자 인수방안이 심도있게 준비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도 『한보철강의 매각방침과 관련해 김회장이 정부와 상당한 교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김회장의 발언은 정부의 의중이 내비쳐친 것이며, 정부는 한보철강을 매각함으로써 공기업화할 경우 예상되는 부담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민간기업의 효율성에 맡기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방향설정은 정책실패와 권력형비리로 얼룩진 「골칫덩이」를 땜질처방한 뒤 민간기업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한보를 인수하는 기업이 법정관리로 인한 채무동결과 정부의 인프라지원 등 혜택을 누리게 돼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제3자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보철강을 공기업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 등의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야 하고 정부 역시 일정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주인없는」 공기업으로 한보철강을 운영할 경우 조기 경영정상화를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이 제3자 매각추진으로 방향을 잡게 만든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한보철강 제3자 인수를 추진키로 방향을 잡았다면 앞으로 남은 문제는 부채가 5조원에 금융비용만 연간 5천억∼6천억원에 달하는 빚더미 기업을 선뜻 인수할 만한 업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보철강이 부도를 낸 직후 『아무도 한보를 인수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양상은 당시와 비교해 1백80도 바뀌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포철이 코렉스를 제외한 모든 시설을 책임지고 완공할 예정인데다 현재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진 한보철강이 조만간 법정관리업체로 지정되면 인수기업은 「제대로 지어진 공장」을 상당기간 홀가분하게 돌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바닥을 헤매던 철강경기도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년만 반짝하면 10년 먹고 살 것을 건진다」는 철강산업의 속설을 감안할 때, 철강경기가 호황으로 접어들 경우 당진제철소가 돈덩어리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와 LG그룹을 비롯한 일부 재벌들이 이같은 이점을 노려 한보철강 인수를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공식적으론 부인하고 있으나 정보팀을 풀가동, 당진제철소 현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인수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또한 거대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한보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는 것은 물론 채권은행단의 부담도 홀가분해질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인프라 및 금융 등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할 경우 한보철강 제3자 매각은 수월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으로 해석돼 특혜시비와 통상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원을 아끼면 인수 후보기업이 나서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항만시설을 비롯한 당진제철소의 인프라는 오는 2000년께나 가야 제 모습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특혜시비를 피해가며 연내 제3자 매각을 추진키 위해 어떤 논리를 내놓을지 주목된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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